스타틴은 콜레스테롤 특히 LDL-C가 높을 경우 거의 유일한 약으로 사용되는 기적의 약 같은데, 인터넷을 살짝만 뒤져봐도 무서운 부작용 몇 가지가 보고되고 있어서 무섭게 느껴지는 그런 약이었다. 그래서 병원에 가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다만 사랑스러운 배우자와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이 자꾸 눈앞에 서려지기도 했고 당연히 더 오래 살 확률을 높이고 싶었다. 그래서 어느 날 과감하게 병원에 갔고 의사가 "당장 약 먹죠"라며 처방해 준 스타틴을 처방받아서 복용하고 있다. 참고로 처방받은 약은 '로수바스타틴칼슘'과 '에지티미브'가 주 성분인 위 사진의 약이다.
이 글은 스타틴을 실제로 처방받고 대략 한 달 가까이 복용한 사이의 느낌을 정리한 글이다. 정말 느낌뿐이라는 것에 주의하자.
SAMS
스타틴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SAMS(statin-associated muscle symptom)가 있다. 대충 번역하면 ‘스타틴 먹으면 나타나는 근육통 증상’이라는 의미다.
개인적으로 스타틴을 먹은 뒤 미약한 근육 통증이 여기저기 날이 갈 때마다 위치를 바꿔가며 나타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강도는 가볍게 운동했을 때의 근육통 정도로 미약했다.
말은 이렇게 적었지만, 사실 약을 먹기 전까지 이런 통증이 느껴지는지 신경 써 본 적이 없어서 이게 스타틴 부작용인지 아닌지 알 방법이 없다. 거기다 다른데 집중하고 있으면 전혀 아프다는 느낌이 없을 정도라서 이게 과연 부작용일까 정말 의심될 수준이다. 그저 너무 민감하게 느끼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결론: SAMS는 없는 것 같다.
나른함 혹은 무력감 (feat. 간 독성)
스타틴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나른함 혹은 무력감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정확히는 간 독성으로 인해 간 수치가 심하게 높아질 경우 심한 피로감이나 황달 혹은 소변의 색이 짙어지는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개인적으로는 스타틴 때문인지 아니면 식단에서 탄수화물과 지방 비중을 줄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좀 지치긴 한다. 그리고 상시 배가 고프다. 다만 그 정도가 심하다고 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결론: 그다지 특별한 나른함이나 무력감은 없었다.
인지장애
처방받은 약의 매뉴얼에는 단기적 치매 증상이나 인지기능 저하와 같은 무서운 부작용에 대해 적혀 있었다. "정말 이런 일이 있으면 어떡하지 나 당장 일해야 되는데"라는 생각만 들었다.
결론: 스타틴의 부작용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평소 수준의 멍청함[...]으로 봐서 별로 부작용은 없는 것 같다.
소변 색 (feat. 횡문근융해증)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갔을 때 약사가 부작용으로 소변이 검붉은 색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알려줬다. 이것도 상당히 예민한 것이었다. 소변이 피 색으로 나올 수 있다니 말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소변색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같이 먹고 있는 영양제들의 비타민B 시리즈 때문인지 소변 색이 연한 연두색이 비칠 뿐이었다.
알고 보니 '검붉은 소변'은 횡문근융해증으로 인해 근육에 있어야 할 단백질 미오글로빈이 소변에 섞여 나오기 때문에 발생하는 증상이며 따라서 횡문근융해증이 없다면 당연히 소변 색도 변화가 없는 게 맞을 것 같다. 횡문근융해증도 스타틴의 대표적인 악성 부작용이며 나타난다면 상당히 치명적이다. 심하면 신부전으로 사망하기도 한니 말이다.
일단 근육에 특별히 문제가 있다거나 갑자기 근육이 빠진다거나 하는 느낌은 없는 것 같다. 특히 소변 색도 변화가 없다.
결론: 이 무서운 부작용은 아직(?)은 없는 것 같다.
당뇨병
스타틴의 악성 부작용 중 하나로 당뇨병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게 있다. 다르게 표현해서 공복혈당이 약간 높아진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도 혈액검사를 추가로 하기 전까진 당뇨병에 걸렸는지 바로 알 방법은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식단이 저탄수 저지방으로 바뀌다 보니 당뇨병엔 오히려 안전해진 거 아닌가 하는 묘한 안도감이 들고 있다.
결론: 아직 모르겠지만 그다지 신경 쓰이진 않는다.
기타
스타틴 복용 시점부터 몸무게가 계속 줄고 있다. 한 달 사이에 대략 4~5Kg가량 빠졌으니 간단하게 넘길 수준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이건 함께 병행하게 된 바뀐 식단 탓일 가능성이 크다. 탄수화물과 지방 섭취를 이전의 반 수준으로 줄이고 나머지를 식이섬유나 견과류로 대체했으니 분명 몸무게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따라서 아마도 스타틴 부작용은 아닐 것 같다. 만약 스타틴 부작용으로 살이 빠지는 게 있었다면 다이어트 약으로 쓰였을 텐데 그런 소문(?)도 없고 말이다.
결론
어… 딱히 부작용은 없는 것 같다.
그냥 치킨과 빵이 매우 먹고 싶은데 이건 스타틴의 부작용은 아닐 것 같다.
그저 이 글을 마무리하는 날 도저히 못 참고 햄버거를 하나 먹었고 굉장히 후회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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