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와 고지혈증과의 관계는 아마도 결론이 정해져 있을 것 같다. “고기에는 몸에 안 좋은 포화지방이 많아 LDL을 마구마구 늘릴 것이라능!”이라고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바로 포기하기보다는 일단은 조사를 좀 더 해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주제는 고기와 고지혈증이다. 당연하겠지만 여기서 의미하는 ‘고기’에는 해산물은 포함되지 않는다.
물론 고기를 먹으면 LDL이 높아진다
이미 수 차례 언급했지만, 식품 섭취로 몸에 흡수되는 콜레스테롤은 생각보다 적다. 따라서 고기에 콜레스테롤이 많다고 해도 그 자체로는 크게 문제 삼기는 힘들다.
오히려 고콜레스테롤혈증의 주범은 간이다. 간이 콜레스테롤을 합성하는데 LDL이 너무 많이 합성되면 문제가 되는 거다. 아니 합성된 LDL을 제대로 소비하지 못하는 거라고 표현해야 맞는 것일 수도 있다. 괜히 간에게 모든 책임을 돌릴뻔해 미안하다.
어쨌든 LDL은 간에서 합성된다. 그런데 여기서 육류가 뒷치기를 한다. 육류의 지방에 많이 들어있는 포화지방이 LDL 합성을 촉진시킨다는 점이다. 다만 LDL 합성 자체는 지방 대사 과정을 볼 때 지방 소화에 필요한 담즙산 생산을 위해 간이 의도적으로 LDL을 합성하는 정상적인 반응으로 유추된다.
즉 고기를 먹으면 LDL이 높아진다는 건 사실이다. 슬픈 이야기다. 다만 무조건 슬퍼할 필요는 없게도 포화지방이 HDL 합성도 유도한다는 점과 함께, 포화지방과 LDL 사이의 관계에 대한 논란도 제법 있다는 점이 있다.
그런데 고기 별로 세세하게 살펴보면 좀 다른 결론이 나올까?
소고기와 고지혈증
소고기(쇠고기)는 뭐 말할 거리 없는 포화지방의 제왕이다. "붉은 살코기는 몸에 안 좋다" 혹은 "소고기의 기름은 안 좋기로 유명하다"는 것도 입을 통해 많이 전파되기도 한 사실이다. 실제로 소고기의 포화지방 비율은 부위에 따라 다르지만 45% 정도로 알려져 있다.
거기다 차돌박이와 같이 포화지방 투성이면서도 트랜스지방이 쉽게 생기는 부위도 있다. 트랜스지방이 위험하다는 거는 이제는 상식적이다. 이런 트랜스지방은 차돌박이나 꽃등심이나 갈빗살 같은 맛있는 [...] 부위에서 더 많이 나타날 수 있어서 그만큼 더 위험하다.
물론 우둔이나 사태 같은 기름기가 적은 부위는 상대적으론 안전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럼 왜 소고기를 먹을까 의문이 들 것 같으니 일단 넘어가자.
돼지고기와 고지혈증
기름이 많은 육류의 대명사 돼지고기는 당연히 포화지방이 많기는 하지만 의외로 불포화지방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돼지비계에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많이 먹으란 건 아니다. 소고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포화지방은 많지만 포화지방도 풍부한(?) 거기다 몸에 안 좋기로 유명한 붉은 고기다. 그저 소고기 보다 덜 위험하다는 말이다. 돼지고기도 맛있는 부위일수록 위험하다는 말이다.
정 먹고 싶다면 안심이나 등심, 뒷다리살 같은 지방이 적은 부위가 추천될 수는 있다.
닭고기와 고지혈증
닭고기는 껍데기에 상당량의 기름기가 몰려 있다. 따라서 껍데기를 빼고 먹으면 상대적으로 포화지방 섭취에는 좀 안전한 편이다. 하지만 모든 기름기가 껍질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닭고기의 포화지방 비율은 30%로 알려져 있는데 닭다리나 날개처럼 부드러운 부위에는 상대적으로 더 많다. 닭고기도 역시나 맛있는 부위가 위험한 것이었다. 다이어트용 식재료로 유명한 닭가슴살이나 안심에서 조차도 포화지방이 적지 않게 들어있다.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닭고기는 그나마 안전한 흰 살 고기로 분류된다. 콜레스테롤이 걱정되는 육류파에겐 좋은 위로 거리다. 물론 안심하고 막 먹어도 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지만 말이다.
오리고기와 고지혈증
예로부터 오리고기는 불포화지방이 많기로 유명하다. 오리기름은 보약이니 뭐니 하면서 말이다. 물론 느끼해서 먹고 싶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이야긴 정말 사실일까?
불행히도 오리고기에도 포화지방이 있다. 심지어 그 기름에도 있다. 그러니 굳이 기름을 일부러 먹는 일은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마트 등을 통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훈제오리고기는 첨가물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하자. 무엇이 더 들어갔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양고기와 고지혈증
익히지 않은 양고기의 색을 봤다면 이미 결론은 나와있다. 양고기는 붉은색 살이다. 양 꼬지를 구울 때 기름이 많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 포화지방이 많다고 유추가 가능하다.
항간에는 양고기에 불포화지방이 많다는 소문도 있다는데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많다는 것은 사실은 아니다. 대략적으로 포화지방 비율이 50% 정도라고 하는데 이 정도면 소고기보다 더 위험한 존재일 수도 있다.
동물의 내장과 고지혈증
고기 요리 중 가장 피해야 할 것은 바로 내장 요리다. 사람이 그런 것처럼(?) 동물의 내장 주변에도 내장지방이 많이 붙게 되는데 여기에 포화지방이 가득가득하다.
특히 대창의 경우 문제가 많은데 대창 안에 가득 찬 것은 곱이 아니라 순수한 비계덩어리다. 정확히 말해서 대창은 뒤집어서 내놓기 때문에 겉면의 내장지방이 안 쪽에 곱처럼 들어가게 되는 거다. 이 비계의 거의 대부분이 포화지방이라고 한다.
논란
다만 포화지방이 LDL 합성을 유도한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정설처럼 여겨지기도 했지만, 최근의 통계적 연구에서는 오히려 심혈관 질환과 포화지방과의 상관관계가 없다는 결론도 종종 나오고 있어서 논란이 있다. 특히 포화지방은 몸에 크게 해롭지 않은 ‘큰 LDL 콜레스테롤 분자’ 합성을 촉진하기 때문에 크게 해롭지 않다는 연구도 있다. LDL 콜레스테롤의 분자가 작을수록 끈적임이 심해져 위험하기 때문이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런 여러 논란의 연구들은 기존 학설과 충돌하는 내용이라 뭐가 맞는지 확신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따라서 어느 정도 지켜보는 것은 필요할 것 같다.
그 외에 HDL 합성까지 촉진하는 포화지방을 문제아로 묘사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주장도 제법 있다. 애꿎은 고기에 책임을 돌리지 말고 오히려 LDL을 제대로 소모하지 못하는 몸(?)을 탓해야 한다고 말이다.
어쨌든 포화지방이 많이 든 음식은 그래도 피할 수 있다면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야채와 함께 먹는다면 어떨까?
그나마 좋은 소식이 있다면 우리의 주 육식 메뉴인 삼겹살에는 늘 상추나 깻잎 같은 채소가 따라다닌다는 점인 것 같다. 이런 채소에 많이 들어있는 식이섬윤는 그 자체로 딱히 고지혈증에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식이섬유가 포화지방 흡수를 어느 정도 막아주기도 하니 채소는 고지혈증에는 참 좋은 식재료라고도 볼 수 있다.
어쨌든 고기에서는 피할 수 없다
고기, 일반적인 육류에는 사실상 포화지방이 없을 수 없다. 그 존재 자체가 나쁜 것도 아니고 필요가 있어서 쌓여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필수 아미노산은 육류에서만 섭취할 수 있는 것들도 있다. 사람은 육류를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육류는 적당히 아니 조금씩만 먹는 것이 좋다는 의미로만 결론을 내야 할 것 같다. 삼겹살이 먹고 싶다면 자주 먹지 않고 꼭 채소와 함께 먹는 것을 전제로 생각하면 좀 편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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