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중형 SUV 가격이 4천만 원이 넘는다면 무슨 평가를 받을까? 무슨 외제차라도 사냐 이런 소리를 들을까?
이런 소리를 국산 준중형 SUV에서도 들을 수 있다. 투싼도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최상위 트림인 인스퍼레이션을 선택하면 옵션을 넣지 않아도 4천만 원이 그냥 깨진다.
4천만 원이 더 상징적인 이유는 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자동차 재산 산정 기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건보료가 추가 부과되는 사실상 고가의 자동차라는 의미다. (참고로 이제는 자동차를 재산에 포함시키지는 않는다고 한다)
개인적으론 이렇게 비싼 하이브리드를 굳이 선택했다. 그냥 쓸 주제가 없어서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간단히 정리해 보고자 한다.
투싼 하이브리를 선택한 이유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가솔린 미션이 7단 건식 DCT라는 점에 있다. 더블 클러치라는 빠른 기어 전환과 연비 효율이 있음에도 이것이 선택을 가장 꺼리게 만드는 요소였다.
일단 차를 많이 탈 계획이 없어서 DCT든 아니든 하이브리드보다는 가솔린 모델이 더 나은 선택이었음은 분명하다. 하이브리드의 비용 대비 연비가 가솔린이나 디젤을 추월하려면 대개 1년에 2만 킬로미터 정도는 타야 한다는 이야기는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현대의 건식 7단 DCT의 유리 같은 내구성 소문이 상당히 걸림돌이다. 많은 커뮤니티에서 좀 타다 보면 문제가 생겨서 바꿔야 되는데 5년 혹은 10만 킬로미터 보증기한 내에 교체하는 게 좋다는 이야기까지 보인다. 개인적으로 내구성 문제는 다른 걱정 때문에 더 부정적으로 보인다. 잘 달리다 갑자기 터지면 어떻게 되는 걸까? 길 가다 그냥 서버리는 걸까? 그게 고속도로면 어떻게 되지? 어느 정도 대응할 시간을 줄까? 모르겠다. 그냥 무섭다. 하다못해 싼타페 같은 습식 DCT였다면 좀 더 고민했을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내구성 걱정은 덜했을 테니 말이다.
DCT 특유의 울렁임도 문제다. 페리 된 최신 투싼은 이를 많이 개선했다는 평도 있지만 정작 울컥거리고 울렁거리는 현상은 어느 정도 주행하면 심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에 당장은 평가할 수가 없다. 적어도 투싼은 패밀라카 용도로 계약한 자동차다. 뒷좌석에 높은 확률도 아이들이 탈 예정인데 이런 울렁거림이 아이들에게 좋을 리가 없다. 심하면 멀미 등으로 불상사가 발생할 확률도 있다고 본다. 안 그래도 승차감 때문에 18인치 휠을 선택한 사정도 있는데 DCT가 이런 승차감 문제를 일으킨다면 쉽게 넘길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개인적인 운전 습관도 하이브리드 선택에 한몫한 것 같기도 하다. 최대한 부드럽게 출발하고 최대한 부드럽게 멈추는 것을 중요시하는 운전 스타일인데 DCT는 첫출발이 좀 강렬한 편이라 운전습관과 잘 안 맞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운전 습관은 하이브리드의 회생제동을 적극 이용하면 제법 좋은 연비를 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거기다 이번 투싼 하이브리드에는 베이비 모드까지 들어오고 말이다.
그밖에 원거리보다는 도심 주행이 잦을 것 같다는 점도 있다. 아이를 데리고 멀리 가는 경우가 나중에는 종종 생기긴 하겠지만 당장은 어린아이를 데리고 다닐 곳은 도심이 대부분일 테니 말이다. 내연기관은 긴 고속주행에선 큰 장점을 가질 테지만 도심 주행에는 별 장점이 없으니 말이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굳이 비싼 돈을 들여서 투싼 하이브리드를 계약했다.
그돈씨?
누가 이 가격으로 투싼을 산다고 하면 ‘그 돈이면 싼타페를 사겠다’라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 금액이면 싼타페 가솔린 파워트레인에서 비슷한 옵션을 고를 수 있는 수준이기도 하다.
하지만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그돈씨’가 아니다. 하이브리드는 하이브리드끼리 비교해야 급이 맞다고 생각한다. 싼타페 하이브리드에 비슷한 옵션을 넣어서 비교하면 당연하게도 산타페가 비싸기 때문에 ‘그돈씨’ 소리가 안 나온다.
거기다 개인적인 평가 기준으론 투싼 하이브리드가 싼타페 가솔린보다 급이 높다고 생각한다. 차 크기는 용도에 따른 선택이지 등급이 아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순수 내연기관에 비해 가격도 비싸고 정숙성, 연비, 공공요금, 세금 면에서 우위다. 그러니 하이브리드가 등급이 더 높다고 본다. 물론 개인적인 평가 기준이라는 것에 주의하자.
그래서 ‘그돈씨’는 아니라는 점을 애써 강조하고 싶었다. 그렇다. 그냥 정신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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