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둘째 임신 소식을 들은 후 자동차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도 데리고 돌아다닐 때 굉장히 힘들었는데 둘째까지 생기면 외출 난이도가 얼마나 높아질지 상상도 안 되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대략 8개월 전에 현대 투싼을 가계약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쏘렌토나 싼타페 같은 더 적합한 후보 차종도 있었지만, 협소한 아파트 주차장 사정을 보면 중형 SUV는 좀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서 준중형 SUV인 스포티지와 투싼 중에서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것을 골랐을 뿐이다.
물론 투싼은 이란성쌍둥이인 스포티지 보다 하등(?)한 급으로 평가되고 있었다. LED를 왜 안 달아주는지 이해도 안 되는 것도 있지만, 특히 실내가 엉망이다. 세상에 버튼식 기어 시프터라니 말 다했다. 참고로 스틱형 외에는 몰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 버튼형은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내비게이션이 표시될 센터콘솔 디스플레이가 운전자 시선에선 보기 힘들었다. 거기다 후면 방향지시등이 처참하게 아래쪽에 쏠려 있어서 이거 정말 괜찮은 거 맞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거기다 실내 공간은 쌍둥이임에도 스포티지가 조금 더 컸다.
하지만 디자인 호불호는 생각보다 컸다. 스포티지가 첫인상은 좋았지만 의외로 빠르게 질리는 디자인이었다면, 투싼은 종종 '천사의 날개'로 불리는 DRL이 들어오면 참 예쁘게 보였다.
그래서 투싼 하이브리드 대기를 걸어놓고 오래 기다려오고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FL(페이스리프트) 루머가 들려왔다. 당시엔 상세한 정보는 없었지만 왠지 불만스럽던 실내와 후면의 변경이 있지 않을까 기대가 들기도 했다. 그래서 대기를 무한대기 모드로 전환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렀다. 그 사이 수많은 예상샷이 나돌았지만 현대 측의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다 결국 둘째가 태어나고 [...] 극악의 외출 난이도를 심각하게 겪고 있을 즈음, 어제였나 그저께였나 현대에서 갑자기 신형 투싼 디자인을 공개했다.
사실 익스테리어 디자인은 이미 스파이샷으로 거의 다 까발려진 상태라 별 느낌이 없었다. 현행 모델을 자주 봐와서 그런가 바뀐 모습이 좀 더 세련되거나 얌전해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긴 했다. 어쨌든 투싼의 외형은 원래 좋아했기에 이번에도 크게 바뀌지 않아서 마음에 든다. 현대의 최신 패밀리룩인 '이음새 없는 가로 전등' (영어로 번역하면 정말 공식 이름이다) 이 적용되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참 다행이다. 하지만 투싼 디자인의 아이덴티티이자 '천사의 날개'로 불리던 DRL의 모습에서 임팩트가 좀 줄어든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약간 아쉽긴 하다.
어쨌든 더 중요한 건 인테리어다.
만약 모 유명 유튜버의 예상샷이 나오지 않았다면 굉장히 기뻐 날뛰었을 정도로 인테리어가 변했다. 모든 게 예상샷 대로라는 말이다. 기어시프터 버튼이 칼럼식으로 스티어링 휠 옆에 붙었다. 센터콘솔의 디스플레이도 계기판과 결합되면서 더 넓어지고 운전자 시인성도 더 좋아졌다. HUD는 잘 안 보이는데 달려있는 것 같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실내는 FL이 아니라 아예 풀체인지 같은 느낌이다. 실내등이 어떤지 확인할 수가 없는 것 약간 아쉽지만 정말 이게 어딘가 싶다.
다만 문제가 하나 더 있다면 후면이다.
이번 익스테리어 공개에서 후면은 공개가 없었다. 이 말은 아직 서프라이즈 요소가 있다거나 혹은 바뀌는 게 거의 없다거나 둘 중 하나일 거다. 불행히도 후자일 것 같지만 말이다.
왜 불행인지는 이미 이야기했다. 후면 방향지시등이 여전히 아래쪽 범퍼에 붙어있을 것 같다. 대다수의 불만점은 사라졌는데 유독 이거 하나는 남게 될 것 같다. 그만큼 수정에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일까? 애초에 FL 하고 비용을 더 올리지 않았다면 납득은 하겠지만, 할 거면 알려진 불만점은 다 해결해 주어야 했어야 하는 게 맞지 않았을까? 심지어 이 문제는 한국에선 안전과도 연결되어 있는데 말이다.
어쨌거나 이제야 투싼은 스포티지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 된 것 같다. 단지 스포티지도 FL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경쟁 기간이 길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남은 기대가 있다면 후면 공개 때 '짜잔~ 방향지시등을 보조로 위에 더 달아쩌염 뿌우~' 같은 서프라이즈가 있었으면 좋겠다. 기왕이면 가격 인상도 자제해서 상품성을 극도로 끌어올리고 말이다.
PS. 자동차 관련 포스팅은 처음인데 일상 카테고리에는 정말 아무거나 올릴 예정이다. 뭐 신경 쓰는 사람은 없겠지만 말이다.
싸니군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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