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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똥꼬 병원 - 치루수술기(4)

일상적인 이야기/건강 2023.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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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상당한 각색이 포함된 일기 혹은 후기 수준의 글이며 전문 정보 글이 아님을 참고하자. 증상이 있다면 병원에서 의사에게 진단받는 것이 가장 우선임을 잊지 말자. 그리고 치질은 더러워서 생기는 병도 아니고 부끄러운 병이 아니라는 점도 잊지 말자.

회복 이틀차

지난 편에서 서술했듯이 첫날의 고통스러운 밤을 보낸 몸이 기운찰 리가 없다. 평상시라면 저녁을 먹고 아이를 재우고 난 뒤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시간대가 되었는데 벌써 졸리기 시작한다. 첫날밤을 쓸쓸하지 않게 해 준 모기에게 은혜를 아니 복수를 위해 잡는다고 좀 설쳤는데 그래서 기운이 더 빠진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매우 피곤했다.

하지만 오늘 밤은 어제와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작자를 괴롭힐 것은 주사를 놓기 위해 들어오는 간호사와 내 왼 팔에 달린 무통주사, 그리고 빌어먹을 모기 새끼밖에 없다. 이 정도면 천지차이다.

그리고 그 천지차이를 증명이나 하듯이 꿀잠이라는 것을 잔 것 같다. 아무 기억이 없다. 기절한 것 같다.

정말 이런 느낌으로 기절했던 것 같다 (giphy)

내리 8시간을 깨지도 않고 자버렸다. 그토록 원하던 상쾌한 아침으로 타임 슬립을 한 것 같다.

...

여전히 피와 진물은 계속 나오고 있었다. 그래도 거즈를 갈고 좌욕도 열심히 하고 생리대도 뭔가 묻으면 꼭 갈아줬다. 밥은 여전히 맛있었다. 그리고 화장실의 구역질 나는 소독약 냄새는 여전했다.

이렇게 이틀차는 더 이상의 고통 없이 무탈하게 지나갔다.

약간의 문제가 있다면 대변을 못 본 것일 텐데 큰 문제는 아니었다.

입원 이틀차에 했던 것 (정말임)

퇴원하는 날

드디어 퇴원하는 날 아침이다. 여전히 피와 진물은 계속 나오고 있었다. 여전히 간호사는 항생제 주사를 놓고 생식과 약을 먹으라며 주고 갔다. 나름 평화로웠다.

희소식이 있다면 대변을 봤다는 점이다. 약간 따갑긴 했지만 출혈도 적은 편이었고 모든 면에서 좋은 마무리가 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병원에서의 마지막 좌욕을 하고 짐을 일부 정리했다. 그러자 마침 진료를 보자고 전화가 왔다.

이번 진료도 살짝 긴장하긴 했다. 둘째 날의 그 통증이 아직도 내 뇌를 지배하고 있는 느낌이다.

역시나 이번에도 핀셋으로 똥꼬를 쑤시는데 - 정확히 뭘 하는진 모르겠고 그냥 느낌이다 - 역시 통증이 있긴 했다. 하지만 거즈를 빼는 것이 아닌 뭔가를 넣거나 바르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수술 부위를 소독한 것으로 유추된다. 통증의 강도는 전날이 100이었다면 이 날은 5 수준으로 정말 간단히 넘어간 것 같다.

물론 아직은 긴장할 만하다

진료를 마치고 무통 주사를 제거했다. 이제 들어올 때와 거의 비슷한 몸 상태가 되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퇴원 조치를 한다. 청구서의 금액을 보고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이후의 삶에 도움이 된다면 이 정도 투자는 감수할 만하다고 최면을 걸었다.

병원에서 선물(?)로 좌욕기도 챙겨줬다. 사실 이건 개인위생 용품이라 병원 입장에서 안 가져가면 그냥 버려야 하니 굳이 고객(?) 입장에선 고마워할 필요는 없었을 거다. 그래도 사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어떤 면에선 좀 고마웠다.

다음 병원 방문 전까지 약 잘 먹고 좌욕 잘 하라는 말과 함께 정말 모든 수술 및 입원 일정이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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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비용은 1인실 2박 3일 입원에 수술비 다 포함해서 50만 원 좀 넘게 나왔다.

내 돈 ㅠㅠ

병원비는 지역이나 병원이나 질환 상태에 따라 크게 바뀔 수 있는 부분이니 그냥 참고만 하자. 비급여 항목이 많은 것은 좀 안타까웠다.

1인실을 고른 건 아무래도 회복할 때 프라이버시를 헤칠 만한 요소가 많으리라고 생각해서였는데 정답이었다. 정말이지 제왕절개와 치질 수술은 필히 - 사정이 된다면 - 1인실을 고르는 게 답인 것 같다.

퇴원 후 집에 와서 의자에 앉아보니 앉거나 설 때 잠깐 아픈 것 빼곤 일단 크게 아프진 않았다. 그래도 오래 앉아있기는 좀 힘든 것 같기도 했다. 어쨌든 수술기는 자체는 여기서 끝이고 그냥 전체를 살짝 마무리해 보면서 끝맺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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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루 수술 난이도

  • 난이도: (하)

주변에서 출산할 때 제왕절개 했다는 소리를 들어봤다면 치루에 걸린 당신은 그보다 나은 상황이라는 말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치루 수술 고통 순위

숫자가 작을수록 더 고통스럽다는 의미다:

  1. 척추마취 후유증 예방을 위해 베개 없이 침대에 누워 있어야 했던 것: 장시간 고통으론 최악이었다.
  2. 수술부위 거즈 제거 통증: 10분 정도 울었고 20분 정도 끙끙거렸다. 단시간 통증으론 최악이었다.
  3. 입원실 모기: 1번 상황과 엮이면 최악을 최악으로 만드는 녀석이다.
  4. 입원실 화장실에서 나는 꾸리꾸리한 소독약 냄새: 입원해 있는 동안 내내 맡았는데 토할 것 같다.
  5. 무통주사 뺀 뒤의 통증: 그래도 통증은 하루하루 좋아진다.
  6. 침대에 누울 때와 일어날 때의 통증
  7. 걸어 다닐 때의 통증
  8. 척추마취 시 통증: 따끔!
  9. 배변 시 통증: 따끔 따끔 따끔
  10. 좌욕 시 통증: 따끔 따끔
  11. 척추마취 전 소독: 매우 차가워서 놀랬다.
  12. 수술 전 두근거림
  13. 수술 후 관리의 귀찮음
  14. 수술비 및 입원비: 정신적으로 아팠다.
  15. 수술: ...?

치루 수술 전 뭘 준비하면 좋을까?

개인적으로 느낀 필요한 혹은 필요하지 않은(?) 준비물들 리스트다:

  • 수건: 수건은 개인위생 용품이니 꼭 필요하지만 1~2장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
  • 샴푸(X): 샴푸를 쓸 수가 없다고 생각하자. 첫날은 꼼작 없이 누워있고 그다음부턴 무통주사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데 샤워는 물론 머리 감기도 힘들다. 퇴원 때 하고 싶다면 준비해도 괜찮다.
  • 비누(X): 위생 차원에서 필수지만 웬만하면 병원에 있을 듯하다. 개인적으로 꼭 써야 하는 게 있다면 준비하자.
  • 속옷: 병원에서 안내하겠지만 생리대를 지지할 수 있을 정도의 몸에 착 달라붙는 속옷이 필요하다. 입고 가는 것도 포함해서 3장 이상 비상시(?)를 대비해서 넉넉히 준비하자. 참고로 생리대를 붙이기에는 드로즈보다는 삼각팬티가 유리하다.
  • 칫솔 및 치약: 이 닦는 거 싫어하는 게 아니면 준비하자.
  • 생리대: 아마 병원에서 준비하라고 할 것이다. 남자라면 잘 모를 테니 항문외과 근처 약국에서 치질 수술할 때 쓸 생리대 달라고 하면 된다. 남자는 체격이 상대적으로 크니 가급적 대형이 좋을 것 같다. 필요하다면 성인용 기저귀를 준비해도 된다.
  • 스마트폰: 무슨 말이 필요할까. 시간 견디는 데 필수품이다.
  • 스마트폰 충전기: 물론 스마트폰을 안 쓴다면 필요 없다. 선은 길면 길 수록 입원실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 멀티탭이나 보조배터리를 보조로 챙길 수도 있다.
  • 침대에 연결할 수 있는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는 스마트폰 거치대: 첫날 척추마취 회복을 위해 꼼짝없이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고 있어야 할 때 스마트폰을 소중한 친구로 만들어 준다. 수술하기 전에 설치하기 쉽게 준비해 두자. 없으면 대신 고생할 팔의 명복을 빌어주자.
  • 보호자: 필수는 아니지만 수술 전후에 없으면 난이도가 제법 상승한다.

치루 수술 후 뭘 조심하면 좋을까?

어차피 의사나 간호사가 다 알려주겠지만 회복을 위해 대충 이런 일을 해야 한다.

  • 꾸준한 좌욕: 이건 정답이 정해져 있다. 의사가 꼭 당부할 정도니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자.
  • 거즈 혹은 생리대: 한동안 진물과 피가 나오기 때문에 거즈나 생리대를 대고 있어야 한다. 다만 상황에 따라 거즈 혹은 생리대 한 종류로만 대응할 수도 있다.
  • 절주, 금연: 이 글을 쓰는 작자는 이미 10년 전에 담배를 끊은 지독한 놈이다. 그리고 술은 알레르기로 원래 못 마신다. 하하하 당신들은 죽어봐라 ㅋㅋㅋ (농담임)
  • 기타 음식물은 웬만해선 다 먹어도 된다. 단 설사나 변비를 유발하는 음식물은 개인에 따라 잘 조절해야 한다:
  • 커피는 카페인 과민반응이나 설사를 유도할 수 있는데 별 문제없다면 먹어도 상관없다. 이 글을 쓰는 작자는 안 먹으면 너무 졸려하니 퇴원한 날부터 마셔댔다.
  • 우유도 설사 유발 가능성 때문에 조심하라는 건데 마셔도 탈 안 나는 체질이라면 먹어도 상관없다. 이 글을 쓰는 작자의 커피 취향은 '카페라테'라서 커피와 우유를 동시에 마시는 만행을 저질렀지만 별 일은 없었다.
  • 밀가루 음식도 비슷하다. 평소에 먹어온 사람이라면 먹어도 된다. 이 글을 쓰는 작자는 어려서부터 빵돌이였고 역시 퇴원하자마자 아침은 빵으로 해결했다.
  • 너무 짜거나 너무 매운 음식은 아무래도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물론 먹어도 아무 이상이 없다면 먹어도 될 듯하다. 불행히도 이 글을 쓰는 작자는 맵찔이다.
  • 사실 술만 빼면 먹는 건 별로 상관없고 변비 예방을 위해 식이섬유나 잘 챙겨 먹으면 되는 것 같다.
  • 식이섬유는 채소나 과일에 많은데 과일이 아무래도 준비하기는 편한 듯하다. 콩나물 요리류도 추천된다.
  • 감이나 홍시는 많이 먹으면 변비를 유발하는 과일인데 이것도 개인차가 있을 것 같다.

이제 정말 끝

The End.

이후의 후기는 아래 별도 페이지에서 정리한다.

 

치루 수술 후기

편견(?)과 고통에 가득 차있었던 치루 수술을 받은 지 만 3개월 이상 지났다. 개인적으론 이제 마무리해도 되지 않나 싶을 시점이 된 것 같다. 그래서 퇴원 후 회복기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seorenn.tistory.com

 

나의 치루 수술 기록 - Seorenn Note

이 글은 아직 마무리 되지 않았다. 정말 마무리가 되면 별도의 마무리 멘트를 작성할 예정이다. 아래는 좀 더 상세하게 작성한 블로그 글 링크다. 혹시나 상세한 절차나 감정(?)까지 알고 싶다면

seorenn.github.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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