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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드디어 해봤다 치루수술! - 치루수술기(2)

일상적인 이야기/건강 2023.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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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상당한 각색이 포함된 일기 혹은 후기 수준의 글이며 전문 정보 글이 아님을 참고하자. 증상이 있다면 병원에서 의사에게 진단받는 것이 가장 우선임을 잊지 말자. 그리고 치질은 더러워서 생기는 병도 아니고 부끄러운 병이 아니라는 점도 잊지 말자.

드디어 수술 당일

이전 편 마지막에 간호사가 알려준 대로 아침은 걸렀다. 그리고 준비물 쪽지에 적힌 것들을 준비해서 약간 이르게 병원에 도착했다. 접수를 하고 내 차례가 되자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진료실로 들어가 의사의 설명을 들었다.

의사: "전에도 말했지만 2박 3일간 입원입니다. 척추마취로 하반신을 마취한 후 수술할 거예요. 어쩌구 저쩌구..."

척추마취... 척추마취... 척추마취......... ㄷㄷㄷ

불행히도 이 글을 쓰는 작자는 약한 공황장애가 있어서 치과에서 얼굴을 천으로 덮는 것에도 답답하고 불안함을 느끼는데 하물며 척추마취라니 불암함이 몰려올 수밖에 없다.

혹시나 수면마취 같은 걸로 좀 더 편하게 받을 순 없을까? 불행히도 여긴 별도의 수면마취 등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차피 안 아플 것이고 거기다 수면마취가 더 위험할 수도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온갖 위로(?)에도 머릿속은 온통 척추 마취가 얼마나 아프고 이질적인 고통일까 하는 생각만 가득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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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전 준비

불안해하고 있는 작자를 간호사가 질질 끌고 병실로 안내했다.

끌려가는 내내 병원이 이렇게 보였다나 (Foundry Co from Pixabay)

병실에서 짐을 내려놓고 어느 정도 풀어놨다. 여기서 약간 팁이 있다면 미리 짐을 풀어서 바로 쓸 수 있게 정리하는 걸 추천한다. 나중에 정리하려면 굉장히 귀찮다. 보호자가 있다면 이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후 약간이라도 시간을 더 끌어주길 간절히 바라는 작자를 배신하고 오랜 기다림 없이 바로 간호사의 투명 쇠사슬에 묶여 [...] 수술실로 질질 끌려갔다. 살려주세요. 시키는 거 다 할게요. 잘할게요. 밥도 적게 먹을게요. 흑흑...

수술실에 도착하니 긴장감이 극도에 다다른다. 다만 다행인 점은 드라마 등에서 보던 공포스러운 녹색 방은 아니고 밝은 흰색 방이었다는 점이도 덕분에 긴장이 좀 덜어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극도로 긴장한 것은 틀림이 없었다.

물론 이렇게 좋은 수술실은 아니었다 (Sasin Tipchai from Pixabay)

우선은 수술대에 똑바로 누워서 무통주사와 수액주사 바늘을 먼저 꽂았다. 그리고 수술 동안 지속적으로 혈압을 잴 혈압계를 연결했다. 여기까진 해 본 적이 있는 것들이다.

이후 옆으로 누워서 새우 모양으로 다리를 바짝 당겨서 구부리라고 했다. 순순히 따르자 간호사(여)가 갑자기 바지를 쑤욱 내렸다. 아아! 물론 시크한 간호사는 내 엉덩이 따윈 관심 없다는 듯이 그 자세 그대로 기다리라고만 하고 다른 일을 했다.

생애 첫 척추마취

잠시 후 내 수술을 해주실 소중한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신 듯하다. 물론 간호사 선생님도 소중하다. 어쨌든... 이제 시작하려나 보다.

의사가 내 허리 근처의 척추뼈를 여기저기 만지기 시작한다. 좀 간지러웠다. 조물조물하더니 갑자기 차가운 것이 허리에 닿았다. 바늘이 들어온 건가?

"소독약 차갑죠? ㅎㅎ"

아아. 아직인 것이었다.

"자 들어갑니다. 따끔~"

초긴장상태에 이어 초집중상태가 된다. 어쩔 수 없다. 척추마취가 처음이니 통증이 어떤지 어떤 느낌인지 전혀 모른다. 긴장될 수밖에 없다.

갑자기 허리에서 주사 맞을 때의 그 따끔함이 느껴진다.

어?

"이제 들어갔어요"

정말 들어갔어? 뼈에 뭔가 닿은 게 없는데? 생각보단 안 아픈데?

잠시 후 약간의 욱신함이 느껴진다. 뭔가가 꾸역꾸역 들어가는 느낌이다.

"자 끝났습니다"

???

어? 정말 이게 다야?

그러는 찰나에 생소한 통증에 살짝 놀랬다. 의사가 갑자기 바늘을 뽑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아픈 것은 또 아니었다. 정말 놀랬을 뿐이었다. 정말 정말 이게 다인 걸까? 첫 척추 마취가 정말 이렇게 볼품없는 통증인 것일까?

부연설명: 척추마취는 척추 안의 척수액이 들어있는 척추신경관에 마취액을 주사하는데 이 과정에서 뼈를 뚫는 것이 아니라 뼈 사이로 바늘이 들어가기 때문에 일반 주사와 비슷한 수준의 통증만 느껴진다.

긴가민가하는 작자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간호사는 무심하게 지도를 계속한다. 이 글을 쓰는 작자는 순진하기 때문에 순순히 지도에 따라 수술대에 엎드렸다. 그리고 레이저 시술 도중 감전 안 당하게 차가운 접지용 철판을 꼭 잡게 했다. 신기하다. 이러면서 자세를 여기저기 가다듬고 있는데 의사가 말했다.

의사: "다리 어때요? 안 저려요?"

잘 모르고 있다가 신경을 집중하고 느껴보니 정말 말 그대로 저려오기 시작했다. 발 끝부터 서서히 말이다.

의사: "슬슬 저려오다가 따뜻해질 거예요."

그러니 정말 말 그대로 따뜻해지기 시작했다. 역시나 발 끝부터 말이다.

의사: "그게 마취되는 느낌이니까 잠깐 즐기세요."

...

수술실에 들어올 때 양말을 괜히 신고 들어왔다고 후회했다. 발이 너무나 저리니 양말 때문에 발이 저린 것처럼 착각하는 것 같지만 어쨌든 양말이 너무나 답답했다. 겨우 발가락 끝만 꼼지락 거리며 불편함을 해소해야 했다.

그런데 저리고 따뜻한 느낌은 무릎 아래로만 느껴졌다. 정작 그 위로는 별로 저린 느낌을 받지 못했다. 정말 마취가 제대로 되고 있긴 한 걸까? 내 소중한 똥꼬는 마취가 안 된 것 같은데?

이후 간호사의 말과 함께 수술대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엎드린 상태로 몸이 ㅅ자 모양으로 구부러지니 엉덩이가 하늘로 치솟았다. 이제 와서 수치심은 별로 못 느끼는 것 같다.

잠시 후 간호사가 다리 여기저기를 만져봤다.

간호사: "만지면 느낌이 와요?"

둔탁하게 만져지는 느낌이 나서 그대로 이야기했다.

그러자 간호사의 손길이 점점 엉덩이와 가까운 허벅지까지 올라오기 시작했다. 엉큼한... 것은 아니겠지만 좀 느낌이 이상했다.

간호사: "여기도 만지는 느낌이 와요?"

느껴졌으니 느끼는 대로 이야기 대답했다. 뭐 하는 걸까?

간호사: "아까 거기 아주 세게 꼬집었는데 그냥 만지는 느낌만 난 거죠?"

...?

정말이었다. 정말 안 아프고 그저 만지는 느낌이었다. 굉장히 신기했다.

으아악 뭐 이랬어야 했나?

만약 아픈 척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뭐 상상하고 싶지는 않다.

간호사가 마취에 대해 좀 더 설명을 해주는데 엉덩이는 아예 느낌이 없는 수준일 거라고 했다. 엉덩이에서 멀어질수록 느낌이 좀 있는 수준이라고 말이다. 그것도 참 신기하다. 하지만 여전히 무릎 위로는 마취가 된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발은 여전히 저리고 양말도 불편하고 이를 이겨내려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고 있었지만 다리 전체를 움직여 보지는 않았다. 이 글을 쓰는 작자는 말을 참 잘 듣는다. 하지만 발가락 움직이는 게 상당히 둔하긴 했다.

이후 간호사는 내 귀에 헤드폰을 씌워줬다. 헤드폰에서 뭔가 방송이 나오는데 솔직히 뭔지 기억은 전혀 안 난다. 온 신경이 수술에 신경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드디어 수술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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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시작

그리고 수술이 끝났다.

...

??? x2

...??

아니 이게 뭔 소리야 할 법하다.

사실 수술 과정을 설명하고 싶기는 하지만 볼 수가 없어서 뭘 적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서 끝내면 하지만 항의가 들어올 것 같으니 그저 몸으로 느낀 묘사를 해야겠다.

의사가 수술을 시작한다고 한 이후로 엉덩이 외곽 여기저기를 만지는 느낌을 느꼈다. 엉덩이에 뭔가 그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후 엉덩이 양쪽에 뭔가 기구를 설치하는 느낌이 났다. 아 엉덩이 벌리는 보조장비인가? 그리고 뭔가 이것저것 쨍그렁 거리는 소리가 났다. 아 수술도구 챙기나? 이후 엉덩이가 좀 들썩이는 느낌도 났다. 뭔가 조정하고 있나?

왜 준비가 이렇게 길까 이런 생각을 하며 약간 지루한 느낌이 들 때 뭔가 이상한 낌새를 챘다. 헤드폰 사이로 지지직 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뭔가 머리카락 타는 냄새가 났다. 계속 지지직 하고 계속 몸이 흔들흔들하다 망치질하는 듯한 소리도 들렸다.

어? 뭐지? 뭔가 시작하기 전에 설치할 게 많은 걸까?

무슨 상황인진 모르겠고 약간 지루하고 헤드폰의 소리는 기억에 안 남고 저린 발 끝이 불편해서 약간 어지러울 즈음, 시작한다고 한지 20분도 안 지났을 것 같다. 갑자기 헤드폰이 벗겨졌다.

의사: "자 끝났습니다. 엄청난 구멍이 생겼네요. ㅎㅎ"

뭐...?

정말 수술 도중에는 항문 주변에서는 아무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저 엉덩이 주변에 뭔가 만지는 느낌을 받는 수준이었다. 정말 완벽하게 모든 감각이 차단된 신기한 경험이었다. 참 신기할 뿐이었다.

이렇게 허탈하게 수술이 수월하게 끝났다.

이제 정말 끝인가?

...

물론 수술은 끝났지만 문제가 이대로 끝날 리는 없다. 정말 큰 고통은 다음 편으로 이어진다.

 

수술보다 더 힘든 회복 - 치루수술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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