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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치루라니! 내가 치루라니! - 치루수술기(1)

일상적인 이야기/건강 2023.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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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상당한 각색이 포함된 일기 혹은 후기 수준의 글이며 전문 정보 글이 아님을 참고하자. 증상이 있다면 병원에서 의사에게 진단받는 것이 가장 우선임을 잊지 말자. 그리고 치질은 더러워서 생기는 병도 아니고 부끄러운 병이 아니라는 점도 잊지 말자.

프롤로그

병원에 가기 일주일 전이었을 거다. 그날 아침부터 엉덩이에 힘을 주면 살짝 얼얼하고 약하게 따가운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큰일 보고 휴지로 닦다가 상처라도 났나 싶었다. 그래서 며칠 기다리면 낫겠지 라는 마음가짐으로 편하게 살았다.

하지만 사흘(3일)이 지나도 통증이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병원에 가지는 않고 도대체 무엇일까 고민만 했다.

그러던 차에 나흘 째 갑자기 통증이 심해졌다. 이제 힘을 주면 이전처럼 따갑다가 더 힘을 주면 더 강하게 아파왔다. 약간 다른 종류의 통증이라고 느껴지고 아픈 부위도 좀 더 꼬리뼈에 가까운 쪽이었다.

샤워하면서 아픈 부위를 만져보니 항문 근처에 뭔가 부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마치 고름이 찬 것 같은 부분이 넓게 잡히고 만지면 제법 얼얼하게 아팠다.

이후 통증은 나날이 심해졌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 통증을 느끼는 방법(?)이 점점 다양해졌다. 예를 들어 전에는 안 그랬는데 이제는 앉을 때 통증이 느껴진다던가 말이다. 자리에 누웠다 일어날 때 긴장되는 것은 당연했고, 가장 심했을 때는 재채기할 때가 너무나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넣을 게 없어서 이런 짤을 넣긴 했는데, 신기한 건 이렇게 통증이 심해질 때까지도 화장실에서 큰 일을 보는 것 자체는 별 통증이 없었다는 점이다. 단지 뒤처리로 닦을 때가 통증으로 점점 힘들어졌다.

상태가 이러니 안 되겠다 싶어서 집 근처의 항문외과를 방문하기로 했다. 많은 이들이 수치심을 느껴서 가지 못한다는 병원 중 하나다. 다행히도(?) 이 글을 쓰는 작자는 비뇨기과 파워를 경험했기에 항문외과 방문 자체에 별로 수치심을 느끼지는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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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사실 가기 전에 어떤 진료를 할지는 예상했다. 이미 인터넷에는 다양한 정보와 자료가 올라와 있기도 하고 말이다. 그럼에도 제법 가벼운 발걸음으로 병원에 온 것 같다.

진료 접수를 하고 잠깐 기다리니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긴장된 상태로 진료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의사에게 내가 겪은 통증과 경과를 가급적 상세히 설명했다. 그러자 의사의 반응이 왠지 격렬했다.

의사: "아이고아이고 이거 큰일이네"

이후 예상했던 대로의 진료 방법으로 이어졌다. 이 글을 쓰는 작자는 진료실 구석의 침대에 새우 자세로 눕혀졌다. 그리고 의사가 바지와 팬티를 벗기고 엉덩이를 쑤욱 벌렸다.

갑자기 뭔가가 똥꼬로 들어온다.

의사: "이거 손가락이니까 그렇게 안 아플 거예요. 힘 빼세요"

어찌나 비뇨기과 전립선 검사와 동일한지 조금은 허탈했다. 이쯤 되니 좀 수치스럽긴 하다.

어쨌든 손가락은 유유히 내 항문 수문장의 가드를 뚫고 들어와 여기저기를 휘젓기 시작했다.

의사: "지금 똥 누는 거 아니에요. 아! 힘 빼세요"

아니 그럼 똥꼬로 뭔가 들어오는데 힘 안 주고 배길까?

항문수지검사는 당연히 아프고 기분 나빴다. 굳이 비교하자면 전립선 검사에 비하면 덜 아프지만, 안에 무엇(?)이 있느냐에 따라 통증 강도는 갈릴 것 같다. 나야 어느 정도 아플 때 갔으니 그만큼 더 아팠을 것이다. 그건 그거고 이런 손가락질(?)로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하다는 게 좀 신기하다.

잠시 후 똥을 시원하게 싸는 느낌이 나면서 [...] 손가락이 빠졌다. 드디어 끝났다 싶었다. 한숨을 쉬었다. 뒤에서 의사와 간호사가 뭐라 뭐라 대화를 하는데 통증 때문에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안도감이 느껴졌다.

그런데 갑자기 2차전이 시작되었다.

의사: "자 힘 빼세요"

에구머니나! 아이고! 아욱! 어머나!

더 묵직한 뭔가가 들어왔다. 전립선 검사할 때 초음파 장비가 들어오는 수준의 아픔이었다. 분명히 이건 손가락이 아니다. 또 내 순결... 따윈 이미 전립선 초음파기에 사라지긴 했지만 뭐 하여간 여기서 두 번째로 당하는구나. 그렇게 내 엉덩이에 거대한 뭔가가 들어왔고 이리저리 움직였다. 통증 때문에 수치심 따위 생각할 겨를이 없을 정도였다.

잠시 후 의사가 고개를 돌려서 모니터를 보라고 했다. 인상을 쓰며 쳐다봤다. 2차전은 엉덩이에 내시경을 박았었다는 것을 그때서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의사는 내시경을 천천히 빼면서 내 똥꼬 속 여기저기를 보여줬다.

의사: "이건 똥, 이건 치질, 아 그리고 여기 점 같은 거 보이죠?"

갑자기 급격하게 수치스러워졌다. 내 똥이 남에게 보이는 느낌은 이런 거구나. 어쨌든 엉덩이를 쑤시고 있다는 것 자체에선 수치심을 못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다음 발언에서는 다시 절망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의사: "하하 안 됐네요. 치루입니다. 당장 수술하시죠?"

내가 치루라니! 내가 치루라니!

내가 치루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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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루와 항문주위농양

여기서 잠깐 확실히 하고 넘어가자.

정확히 말하자면 내 병명은 치루가 아니라 항문주위농양이라 부르는 질환이다.

항문 가까운 직장에는 대변 배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윤활유를 배출하는 곳이 있는데 그게 항문샘(항문선)이라 부르는 점막이다. 늘 점막은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침투 경로로 동네북처럼 여겨지는데 역시나 여기도 대장균이 가끔 침투한다. 사실 점막 세균 침투야 흔한 일이고 몸의 면역체계가 알아서 들어온 녀석들을 골로 보내니 침투 자체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만약 지속적으로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다른 질병으로 등으로 고생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당연하게도 면역체계가 약해지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항문샘에 침투한 대장균의 활동이 심해지면서 항문샘과 연결된 부위에 고름이 찬다. 이런 질환을 항문주위농양 혹은 위치에 따라 직장주위농양이라 부른다.

농양은 심해지기도 하지만 다시 자연적으로 좋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글을 쓰는 작자의 경우처럼 보통은 쌓이다가 통증을 불러오는 수준으로 진화하는 경우가 많다. 농양만 치유하고 싶다면 배농술 등으로 고름만 빼내는 치료도 있다. 하지만 한번 발생하면 재발 확률이 꽤 높은 편이라 배농술이 권장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리고 이 농양이 심해지면 고름이 피부 바깥쪽으로 터진다. 당연하게도 엄청난 냄새의 고름이 터져 나온다. 이렇게 터지면서 들어가는 길과 나오는 길이 만들어지면 이걸 치루라 부른다. 보통은 직장 안 항문샘이 입구고 엉덩이 바깥쪽이 출구다. 그리고 이렇게 터지면서 만들어진 길을 치루관이라 부른다.

치루 상태가 되면 여전히 농양이 재발하지만 내부에 고름이 쌓이다 치루관을 통해 계속 밖으로 배출된다. 맞다. 이러면 엄청난 냄새가 계속 난다는 말이다. 대신 이 정도가 되면 그렇게 아프진 않다고 한다.

다만 더 큰 문제가 있다. 냄새만 난다면 그저 그런 더러운(?) 놈이 되는 것이겠지만, 이 치루를 놔두면 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한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빠르게 수술로 치료하는 것이 권장된다. 이 수술은 당연하게도 항문샘 등 문제 될 부분들을 모두 제거하는 치루근원제거술이다.

원칙적으로는 농양은 치루의 전 단계로 볼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이 농양을 치루의 한 부분으로 보는 것 같다. 그리고 치루는 치질의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로 꼽힌다.

그리고 중요한 한마디.

치질 대부분이 다 그렇지만 더러워서 생기는 병이 절대로 아니다. 물론 위생은 중요하지만 항문이 찢어지고 항문 주위 혈관 부종이 생기고 대장균이 항문샘에 침투하는 건 위생과 관련이 적으니 말이다.

그래서

사실 치루에 대해서는 이미 조사해서 알고 있었다. 응급수술이 필요하다는 것 말이다. 의사의 빠른 수술 권유도 예상하고 있기도 했다. 그래서 순순히 그 권유에 따르기로 했다. 안 나을 것 같고 죽을 것 같이 아프지는 않지만 계속 더 아파질 것 같으니 말이다.

진료를 끝내고 수술 일정을 잡았다. 당장 해도 되겠지만 몇몇 준비가 필요한 것 같아 수일 이내로 잡았다.

수술 및 입원은 2박 3일 일정이라고 한다. 어딘가는 1박 2일이라고는 하지만 여긴 아닌가 보다.

이후 기본 검사를 위해 피를 뽑고 소변 검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주의사항을 전달받았다. 당일 아침은 물을 빼곤 아무것도 못 먹는다.

마지막으로 간호사가 쥐어준 준비물 쪽지와 수술 전에 먹을 약의 처방전을 고이 들고 병원을 나와 약국으로 갔다. 약국에서 처방전을 제출하면서 머뭇머뭇 이야기를 했다.

"(기어가는 목소리로) 저기 혹시 치질 수술용 생리대 있나요?"

약사: "아. 네. (큰 목소리로) 여기 치질 수술용 생리대 좀 찾아주세요! 여기 치질 수술용 생리대!!"

아놔! 아! 아악! 왜 시트콤 같은 일이 그대로 벌어지는 건데?

...

어쨌든 약과 생리대를 받아 들고 집으로 왔다. 남은 기간 동안 내 주변을 정리(?)하고 준비물도 정리하자.

글이 길어질 것 같아서 여기서 마무리하자. 다음 편으로 이어진다.

 

나는 드디어 해봤다 치루수술! - 치루수술기(2)

이 글은 상당한 각색이 포함된 일기 혹은 후기 수준의 글이며 전문 정보 글이 아님을 참고하자. 증상이 있다면 병원에서 의사에게 진단받는 것이 가장 우선임을 잊지 말자. 그리고 치질은 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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