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지난 감기 대참사(?)를 계속 이어 2개월째 1~2주 간격으로 열이 오르고 내리고 하고 있었다. 지난 눈곱감기에 이어 약한 감기와 중이염이 계속 왔다 갔다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와 부모 모두 참으로 곤혹스러운 나날이었다.
다만 이번엔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이번에 걸린 게 감기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수족구였다는 점이다.
수족구병이란?
수족구병은 이름처럼 입 안팎과 손이나 발에 붉은색 물집 같은 수포나 발진이 나타나는 병이며 감기나 독감과 비슷하게 고열을 동반한다. 주로 초등학교 저학년 이하의 영유아나 어린이에게 주로 감염되지만 성인도 드물게 감염되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주로 여름에서 초가을 사이에 유행한다는 점이 감기와 또 다른 점이다.
(아이의 입안 병변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잘 안 보이기도 하고 사진 찍는 것을 아이가 극구 거부하는 바람에 결국 질병청 이미지로 대체했다.)
수족구는 장바이러스의 감염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바이러스는 감기 바이러스처럼 여러 바이러스를 묶어서 이야기하는 이름이다. 유명한 녀석으로 콕사키A 바이러스와 엔테로바이러스 71 등이 있다. 안 그래도 종류가 많은데 거기다 바이러스답게 변이도 많아서 한번 걸려도 면역도 오래가지 않고 다시 걸릴 수 있다. 그리고 백신도 아직은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수포 자체는 크게 간지러움을 유발하지는 않는 것 같지만 물리적 접촉이 있으면 통증을 유발하는 것 같다. 특히 입 안이나 혀나 목에 염증이 심하면 먹는 것이 힘들다는 큰 문제가 생긴다. 이 경우 뜨겁거나 맵거나 시거나 등 자극이 조금이라도 있는 음식은 당연히 아이에게 고통스러울 테니 아이가 식사를 피하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러운 바나나 등이 식대 대용으로 종종 추천된다. 다른 질병처럼 물을 많이 먹어야 하는데 하필 입 안 염증 때문에 물도 먹기 힘들 수도 있으니 아이가 좋아하는 음료수를 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일반적인 수족구 증상은 고열과 먹기 힘들다는 점만 빼면 그다지 걱정스럽진 않지만, 잘못 관리되면 뇌수막염이나 뇌염, 심근염 등의 상대적으로 위험한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 있으므로 그냥 놔둘 수는 없는 질병이다. 물론 그렇다고 입원까지 할 수준은 아니고, 아이의 상황에 따라 병원에서 진료를 잘 받으면 별 문제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
치료 및 예방법
항바이러스제가 있긴 하지만 딱히 효과를 보는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즉 사실상 치료약이 딱히 없다고 한다. 그저 감기처럼 증상 대응만 가능한 수준이라 생각하자.
전염력은 굉장히 강한 편이다. 기침이나 타액은 물론 변이나 수포의 물리적 접촉으로도 전염될 수 있다. 심지어 여름철 물놀이장에서 감염되는 경우도 흔한 편이다. 따라서 감염이 확인되면 격리조치가 필요하지만 치명률이 높지는 않아서 의무는 아니다.
감염경로는 이처럼 다양하지만 예방법은 마스크 쓰기나 손 씻기 정도가 현실적인 것 같다. 특히 장바이러스의 일부 바이러스는 알코올 소독에도 안 죽으니 손소독제보다는 손 씻기가 더 추천된다. 바이러스는 비누의 계면활성제에 취약하니 말이다.
우리 아이의 경우
병원에서 수족구 의심 판정을 받자마자 어린이집 등원을 일주일 가량 포기했다. 전염력이 세니 자가격리와 가정보육은 선택지가 아닌 것 같다.
우리 아이의 경우는 목 근처에 병변이 주로 발생하였다. 당연하게도 음식 섭취에 무리가 있었다. 뜨겁거나 매운 것은 물론이고 신 것도 못 먹었다. 그래서 가급적 미지근하고 부드럽고 자극이 적은 음식 위주로 먹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아이는 아무래도 아이스크림을 좋아했다. 통증에도 좋고 맛도 좋으니 말이다.
그밖에 차가운 우유, 빨아먹는 부드러운 젤리, 찬물 정도로 버틴 듯하다. 아무리 간식 위주라 할지라도 아픈 와중엔 뭐든 먹을 수 있는 건 먹이는 게 맞을 것 같다.
사족
수족구는 주로 여름에서 초가을 사이에 자주 발생하는데 하필이면 연달아 감기가 걸리는 와중에 걸리니 감기가 또 걸린 느낌이었다. 두 달가량 감기와의 사투가 이어지는 마당에 수족구라는 참으로 우리 가족 사상 역대급 대참사다. 그러면서 지출도 평상시 대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아이도 부모도 힘들고 괴롭고 지치는 나날의 연속이다.
안 그래도 해열제 구하기가 전쟁인 듯하다. 가장 잘 팔리는 해열제에 이상이 생겨서 판매가 중지되더니 난리다.
거기다 소아과도 점점 줄고 있다. 우리 동네 소아과는 늘 줄 서기 전쟁이다.
모든 환경이 육아에 부담을 점점 키우고 있는데 정부와 국회는 저출생이 문제다 떠들지만 말고 제발 아무 정책이라도 일단 만들어서 시행하면 안 될까? 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보완해 나가면 될 텐데 언제까지 토론과 정치적 난타만 할 건지 참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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