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개인적인 격무(?)에 시달리다 보니 그 또라이... 아니 트럼프 무역전쟁의 진행 상황에 관해 정리하는 것을 잊어먹었다. 그런데 그 잠깐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다시금 귀차니즘을 극복하고 이전 글에서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을 기록해 본다.
VS 중국: 갑자기 분위기가 좋아지는 중
애초에 미중 관계는 냉랭 그 자체였다. 트럼프는 그저 중국에서 납작 엎드리고 "빨리 협상해 주세요" 라면서 납작 엎드리고 먼저 전화를 걸어줄 것을 두근거리며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언제나 고자세의 중국이 미국이라고 그렇게 바로 엎드리진 않을 거다.
그런데 갑자기 변화가 찾아왔다. 미국 무역 대표가 중국 측과 스위스에서 만난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한때는 언론 보도로만 이어졌지만 공식적으로 백악관에서 사실로 밝히기도 했다.
물론 트럼프는 기존의 전략 그대로 이어갔다. 중국에 대한 선제적인 관세 철회는 없다며 말이다. 이 말을 FOMC 인터뷰를 얼마 안 남긴 상황에서 해버려서 시장을 엄청 출렁이게 만들었었다. 이후 트럼프는 중국 관세는 145%가 상한 이며 협의에 의해 내려갈 수는 있겠지만 80%가 적절할 것 같다는 등 독특하고 신기한 말을 하기도 했다. 80%든 100%든 124%든 무역 안 하겠다는 말인데 뭐 어쩌라는 걸까. 그래도 재무부는 중국과의 긴장 완화가 협상의 목표라며 트럼프보다는 좀 더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긴 했다.
이런 트럼프의 난동(?)에도 불구하고 미중 고위급 무역 협상이 결국 스위스 제네바에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중국 대표단이 협상 10시간 만인 점심시간 즈음 갑자기 협상장을 떠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설마 벌써 협상이 결렬된 것인가 하는 불안감이 잠깐 감돌았다. 하지만 다음날 협상을 이어간다는 보도가 나오며 안도감을 안겨줬다. 실제로 큰 충돌은 없었던 것 같은데 트럼프가 아주 좋은 회담이었다며 만족감을 표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실제로 미중 무역협상이 이틀째 재개되었다. 중국이 정상화 의지가 강하다고 백악관도 밝혔다. 재무부도 생산적인 대화였으며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목표가 긴장 완화라고 밝혔다. USTR 대표도 이견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고 발언했다. 정말로 심하게 꼬인 실타래가 조금씩 풀려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이 공동성명을 발표한다고 한다. 공동성명이 있다는 건 정말 제대로 풀렸다고 봐도 되는 행동이다. 단 이틀 만에 상황이 이렇게 급반전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중국도 미국과 협상에서 중요한 합의에 도달했으며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이 고집하면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자세를 굽히지는 않았다.
어쨌든 아주 중요한 미중 무역 협상의 결론이 나왔다. 90일 한정이지만 서로 115%씩 관세를 인하하여 미국은 중국산 관세를 30%로, 중국은 미국산 관세를 10%로 낮추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 협상을 계속 진행하겠다 이런 이야기 같다. 비관세 규제 쪽은 이야기는 없었지만 어쨌거나 시장의 기대치 수준이 부합했기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듯하다.
트럼프는 중국이 비관세 장벽을 유예하고 없앨 것이며 시장 개방에도 동의했다고 발언했다. 그리고 이번 협의 대상에 자동차, 철강, 의약품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마도 자신들이 유리했다 이런 주장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한편 미중협의 결과에 대해 중국은 "중국이 승리했다"라고 자화자찬하는 듯했다. 실제로 미국은 펜타닐 문제에 대한 협력 의지를 얻었다는 것 정도 외에 자세한 것은 알려지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든 저렇든 미국도 중국도 협상이 절실했던 건 사실인 것 같다. 미중은 상호관세를 합의한 수준으로 실제로 낮췄다. 추가로 미국은 중국발 소액 직구 상품 관세도 종전 120%에서 54%로 인하했고 중국은 미국 기업들에 대한 보복조치를 유예했다. 중국의 희토류 통제는 여전히 비장의 카드로 남기려는지 아직 확실하게 규제를 푸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고 있지만 어쨌든 변화는 있었다.
트럼프가 시진핑과 직접 협상할 수도 있다고 밝힌 점도 긍정적이다. 다만 확신은 아닌 듯해서 일단 진행 상황을 지켜보는 것은 필요할 것 같다. 이러다 설마 유예기간 끝나고 다시 서로 으르렁 할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VS 한국: 갑자기 웬 환율 협상?
한때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빠진 정부의 권한대행이 유리한 대선을 위해 보여주기식 협상을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다. 하지만 일단 미국 측도 협상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
다만 특이한 것은 환율과 관련된 소식이 있다는 점이다. 연일 원화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5월 5일 극비리에 밀라노에서 한미가 만나 환율 절상 관련 협상이 있었다는 듯하다. 다만 미국 내 언론의 보도로 보면 사실로 보기엔 좀 힘든 듯하지만 말이다.
사실이든 아니든 트럼프의 목표는 원화가 아닌 위안화의 절상일 터라 원화 절상 압력 자체는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적어도 수출기업 입장에선 최근의 원화 강세 덕분에 발등에 뭔가 떨어진 건 틀림없을 것 같다.
VS 유럽과 영국: 보여주기 한판
한동안 무역 협상이 진행된다는 말만 무성하고 정작 성과가 나오지 않던 와중에 트럼프가 아주 중요한 기자회견을 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미국이 영국과의 무역 협정 결과를 발표하는 정도였다. 미국의 우방이자 대미무역흑자 규모가 작은 나라라 큰 의미가 있을까 싶다.
어쨌거나 미국은 영국과의 협의에서 영국산 자동차 관세가 연간 10만 대 한정 10% 기본관세가 부과되며 소고기 관세는 거의 0%로 합의가 된 듯하다. 참 거하면서 시시한... 어쨌든 간에 트럼프는 획기적인 협의를 도출했다며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EU와의 협상은 여전히 난항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모양이다.
해외 제작 영화 관세?
한때 갑자기 어디서 삘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트럼프가 해외에서 제작된 모든 영화에 100% 관세를 때릴 것이라는 발언을 해버렸다. OTT는 해당이 되는지는 아직 불명확하지만 어쨌거나 미국 영화사들이 해외에서 제작하는 영화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안다면 쉽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닐 것 같다.
다만 이런 발언들이 막 쏟아져 나오다가 걱정스러운 분석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서인지 다시 트럼프의 입이 잠잠해진 것 같다. 이후 별다른 소식은 안 들리는데 그래도 한번 내뱉었으니 어떻게든 뭔가는 할 것 같은 불안감은 있다.
반도체 관세 풀리나 아니면 더 세게 조이나?
한때 바이든 정부의 등급별 AI 반도체 수출 통제 계획을 트럼프가 철회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전해졌다. 아마도 중동 쪽의 수출 규제를 해소시켜 주는 미국 기업을 위한 것일 가능성이 높아 보여서 한국에겐 여전히 한숨 나오는 상황일 것 같다.
물론 이것과 반도체 관세는 전혀 무관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아직도 반도체 관세 안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미국에서도 상황이 좀 복잡한가 보다.
의약품 관세에 이어 등장하는 미국 내 약값 인하 푸시
곧 발표된다던 의약품 관세가 아직도 확실한 뭔가를 내놓고 있진 않다. 하지만 관련된 뭔가가 벌어지고는 있었다.
어느 날 트럼프가 중요한 발언이 있다고 예고했다. 그런데 정작 밝힌 건 의약품 가격을 30~80% 인하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약값 인하는 미국인들 입장에선 좋은 소식일 거다. 다만 최근 빌빌거리기만 하고 있는 미국 바이오헬스케어주가 폭락하는 소리가 들릴 거라는 게 문제다.
이 건은 관세 자체와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다국적 기업이나 해외 제약사를 향해서 지키지 않으면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협박성 문구가 보였기에 관련성이 없다고만은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후 실제로 트럼프가 약값 인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일단 한국에의 관세 부담에는 당장은 영향을 안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켜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그 외에
트럼프의 입에서는 여전히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긴 하다. 아직 관세가 유예 중이긴 하지만, 캐나다의 신임 총리는 반 트럼프를 내세웠던 만큼 어떤 일이 벌어질지 흥미진진하긴 하다.
한국과 미국과의 협상에 관해 특별한 진전은 없는 것 같다. 다만 미국도 한국과의 협상에 시간이 걸리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긴 했다. 미국 측이 이재명 대선 후보 측과 접촉했다는 눈에 뜨이는 보도도 있었기에 일단 대선이 치러지고 한국의 다음 정부가 제대로 들어서야 뭔가가 더 진행될 것 같다.
그리고 미 상무부 장관은 한국과 함께 일본도 협상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인도는 다음 타결 대상 국가들 중 하나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인도도 원래는 가장 빨리 타결될 국가로 꼽히기도 했는데 그런 것을 보면 인도와의 협상도 좀 늦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하긴 안 그래도 행정부 다이어트 중인 상황에서 수많은 나라들과 동시에 협상하긴 힘들 거다.
트럼프는 무역합의를 체결해도 10% 기본 관세는 유지된다고 발언했다. 어찌 되었건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요소가 남게 되는데 과연 어떻게 될까?
트럼프 무역전쟁: 일은 벌렸는데 원하는 대로는 안 되고 결국
다른 블로그에서 연재하던 트럼프 무역전쟁 글들에 이어서 이 블로그에서 그 이후에 진행된 상황들을 기록해 본다. 과연 트럼프는 그 사이에 또 어떤 사기(?)를 쳤을까?현자타임이 온 트럼프결
seorenn.tistory.com
'경제적인 이야기 > 경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정(?)대로 금리를 동결한 연준 (0) | 2025.05.08 |
---|---|
5월 FOMC를 앞두고 정리해 보는 연준 인사들의 발언들 (0) | 2025.05.05 |
트럼프 무역전쟁: 일은 벌렸는데 원하는 대로는 안 되고 결국 (0) | 2025.05.03 |
미국 11월 PCE: 추락 도중 손에 잡힌 작은 나무줄기? (0) | 2024.12.20 |
연준 금리 인하 그리고 발작하는 시장 (1) | 2024.12.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