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베어 스팁이니 불 스팁이니 이런 용어를 경제 전문지에서 볼 때가 있다. 하지만 이 용어를 잘 모르다 보니 아 그런가 보다 하면서 그냥 넘어가기가 일쑤였는데, 어느 날은 이게 도대체 뭔 소리냐며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래서 관련된 내용을 조사해서 기록해 본다.
참고로 이 기록은 경제 전문가가 아닌 한 비전문가 일반인이 대충 공부하여 익힌 지식의 기록일 뿐이라는 점에 명심하자. 틀린 내용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불(bull)과 베어(bear)
이 글의 정리에서 조합되는 용어들 중 '불(bull)'과 '베어(bear)'라는 용어가 나오는데 주식 시장의 상태를 의미하는 그 용어와 같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즉 '불'의 경우는 자산 가치가 상승하는 상황, 반대로 '베어'의 경우는 자산 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후 설명할 용어에서 수익률(yield) 혹은 금리라는 용어에는 주의하자. 채권에서 수익률과 금리는 같은 의미이지만 '가치'와는 다른 의미다. 채권의 가치는 수익률이 적어질 때 높아지고 반대로 수익률이 낮아질 때는 오히려 가치가 높아진다. 당연하게도 금리가 높은 채권은 낮은 채권에 비해 인기가 높기 때문에 어떤 채권을 보유한 상태로 금리가 낮아질 경우 보유한 채권의 가치는 그 금리 차이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금리가 높아지면 보유 채권의 가치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굳이 생각하는 게 싫다면(?) 수익률(금리)과 가치는 반대로 움직인다라고 외우면 된다. 정확하게 하려면 잔존만기와 금리차에 따른 채권의 적정 가치라는 게 존재하지만 전문가의 영역일 것 같다.
그래서 '베어'라는 머리말이 붙은 현상은 채권 수익률(금리)이 상승하여 보유 채권의 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이고, 반대로 '불'이라는 머리말이 붙은 현상은 채권 수익률(금리)이 하락하여 보유 채권의 가치가 상승하는 상황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마치 주식시장에서 하락장을 '베어'로, 상승장을 '불'로 표현하는 것과 비슷하다.
일반적으로는 만기가 길어질수록 금리는 당연히 높아진다. 그래서 이렇게 만기 대비 수익률을 그래프로 그려서 나타나는 곡선(curve) 즉 수익률 곡선(yield curve)은 위 그림처럼 우상향으로 나타난다. 물론 수익률 곡선은 이보다는 S자 모양에 가깝게 그리는 게 맞겠지만 도구의 한계로 이 정도로만 그릴 수 있었다.
참고로 위 그래프는 그냥 용어 설명을 위한 정적인(?) 예제일 뿐이다. 일반적으로는 만기가 길 수록 수익률의 변동 폭이 커지므로 불이나 베어 상황에서 이렇게 딱 맞게 벌어지는 경우는 아마도 별로 없을 것 같다.
불 스티프닝과(bull steepening)과 베어 스티프닝(bear steepening)
스티프닝(steepening)은 채권의 장단기 금리차가 벌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용어의 원 뜻인 '가팔라지다'라는 의미로도 이해할 수 있는데 실제로 수익률커브를 그려보면 가팔라지기 때문이다.
불 스티프닝은 아래와 같이 수익률(금리)이 떨어지는 상황이지만 장기에 비해 단기가 크게 떨어져 그래프가 가팔라지게 보인다.
전반적으로 금리가 하락했기에 채권 선호가 높아졌다고 볼 수 있는데 여기서 특히 단기 금리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떨어졌다는 것은 단기채권의 수요가 높아졌기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특히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말은 경기 둔화 혹은 경기 침체 우려가 커졌다는 말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경기가 나빠진다는 말은 기준금리 인하와도 맞물려서 더더욱 단기물 매수를 부추길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을 것이다. 바로 베어 스티프닝이 있다. 이 현상은 수익률(금리)이 오르는 상황이지만 단기에 비해 장기가 특히 많이 올라서 아래 그림과 같이 그래프가 가팔라지는 경우를 의미한다.
금리가 전반적으로 높아졌으니 채권 선호도가 떨어진 상황인데 여기서 장기물 수요가 더 적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심리가 발생하는 데는 주로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는 것이 예상되는 경우, 그리고 이로 인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는 경우로 볼 수 있는 것 같다. 좋게 보자면 경제 성장의 기대감으로 위험 자산 선호가 높아지며 반대로 장기물 수요가 적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참고로 불 스티프닝을 '불 스팁'으로, 베어 스티프닝을 '베어 스팁'으로 좀 짧게 표현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같은 의미다.
그런데 가팔라지는 경우가 있다면 완만해지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불 플래트닝(bull flattening)과 베어 플래트닝(bear flattening)
원래는 스티프닝에 관해서만 조사할 생각이었는데 찾다 보니 스티프닝과 상반되는 현상으로 플래트닝이라는 용어도 있었다. '평평해지다'라는 의미의 원어답게 수익률 커브가 좀 더 평판화되어 보이도록 수익률이 변화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불 플래트닝의 경우는 채권 수익률(금리)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즉 채권 선호가 높아지는 상황이지만, 단기에 비해 장기 수익률이 크게 하락하는 즉 장기채 인기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경우를 의미해서 아래 그림과 같은 수익률 커브가 만들어진다.
이런 불 플래트닝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은 주로 심각한 경기 둔화나 침체 우려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졌음을 보여준다. 특히 경기침체의 전조로써 불 플래트닝은 주목받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도 낮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어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을 때에도 이런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들 한다.
역시 위 현상과 반대되는 현상도 있다. 바로 베어 플래트닝이다. 베어 플래트닝의 경우는 채권 수익률(금리)이 상승하지만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에 비해 크게 오르는 상황으로 아래와 같이 커브다 좀 더 평평해진다.
전반적으로 채권 불신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특히 단기채의 선호도가 떨어졌다는 것은 여러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는데 특히 정부의 단기채 발행이 늘어났을 가능성을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외에 급격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이 예상될 때 발생할 수도 있다.
'스티프닝'을 '스팁'으로 짧게 부르기도 하는 것과 비슷하게 플래트닝의 경우는 '플랫'처럼 짧게 칭하는 경우도 있다. 즉 '불 플랫' 혹은 '베어 플랫'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결론
주식시장이든 채권시장이든 곰보다는 소를 좋아하더라
이런 공통점이 있다니 참 다행이다.
플랫이 좋을까 스팁이 좋을까 고민하고 있다면 당연히 '적당한 게 가장 좋다'라고 말하는 게 맞을 것 같다. 둘 다 뭔가의 급격한 변화를 나타내는 상황이니 말이다. 물론 금융시장에서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돈을 버는 기술이 존재하는 만큼 잘 대처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일반 개인에게는 오르는 상황 말고는 대처가 어려우니 뭐 어쩌라는 말이라고도 할 수는 있겠다.
어쨌거나 틀린 내용이 없었으면 좋겠다만 이 바닥도 참으로 혼동스러운 정보들로 오염된 곳들도 있어서 가끔 반대로 해석되기도 해서 곤란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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