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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싼 유리창을 닦다가 이상한 것들을 발견했다

일상적인 이야기/자동차 2025.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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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와 황사가 지하주차장 없는 사람을 괴롭히는 봄의 어느 날이었다. 당연하게도 야외주차장에서 고난을 당하는 차가 깨끗할 리 만무하다. 그래서 어느 날 시간을 내어 여느 때처럼 간단하게 손으로 차를 닦았다. 먼지떨이개로 먼지를 터는데 잘 털리지 않는 게 마치 샌드아트 하는 느낌이었다. 대단한 먼지다.

어쨌든 이렇게 손 세차를 하는 과정에서 유리면에 무언가 이상한 게 묻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크고 작은 여러 자국이 있었는데 약간 붉은색 혹은 투명에 가까운 색의 끈적이는 액체가 여기저기 있었고 그중 일부는 아예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그 정도가 물티슈로는 닦이지 않을 정도로 딱딱하거나 심하게 끈적였는데 당연하게도 세차에 큰 난관이 되었다.

문제의 자국 일부와 사진으로 보면 엄청 잘 보이는 먼지들

위 사진은 그나마 자국이 잘 보이는 걸로 골랐는데 이런 형태가 아닌 여러 형태의 자국이 많았다.

어쨌거나 결국 하려던 세차는 중도포기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봐도 일반 유리세정제로는 닦을 수가 없을 정도였고 물티슈로 강하게 긁어내다가 틴팅을 상하게 만들 것 같을 정도로 소심해졌기 때문이다. 이대론 안 되고 뭔가 다른 해법이 필요했다.

그래서 새 아이템을 장만했다.

유리면에 묻어있는 게 정확히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새똥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찾아보니 이렇게 새똥 굳은 자국은 단백질 분해제 같은 전용 세정제를 사용해 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래서 관련 세정제를 구입했다. 바로 아래 사진의 녀석이다.

새로운 아이템

대놓고 잘 찍어 놓은 사진이지만 광고도 아니고 스폰싱도 전혀 없었다. 나도 빨리 메이저 블로거가 되어 광고를 받고 싶지만 머나먼 길이다. 어쨌거나 구입한 것은 벌레 자국이나 새똥을 전문적으로 세정하는 세척제다. 다시 말하지만 정말 광고가 아니다. 왜인지는 글을 계속 읽어보면 아마 알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잘 닦일까?'

바로 시험해 봤다. 당연하게도 분무기 형태니 유리면에 직접 분사하면 되는 것일 테다. '거품 분사'라는 문구가 보이길래 뿌리면 무슨 비눗물 같은 게 뿌려질 줄 알았는데 의외로 뿌려진 액체들이 생각보다 투명했다. 혹시나 안 섞어서 그런가 싶어서 흔들어서 뿌려봤지만 별 차이는 없었다.

기울어진 창문에 뿌려봤더니 물보다도 잘 흘러내리는 느낌

차량 뒷유리 기울어진 부분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뿌려진 액체가 너무 잘 흘러내렸다. 물 보다도 잘 흘러내려서 금세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위 사진에서 물 자국이 보이는데 이건 지붕에도 조금 뿌린 게 흘러내린 것이고 실제로 유리면에 뿌린 것은 다 흘러내려서 전혀 보이지 않는 상태니 오해하지 말자. 다만 지붕 도장면에 뿌린 곳에는 뭔가 거품 비슷한 게 떠있는 게 보이긴 했다.

자 그래서 과연 잘 닦였을까?

불행히도 전혀 안 닦였다. 이 글이 광고글이 아닌 이유다.

물론 세정제 자체의 문제는 아닐지도 모른다. 즉 다르게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설마 새똥이 아닌 다른 무엇이었던 걸까?

다른 아이템을 투입해 보자.

사실 새똥이라고 하기엔 투명한 것들이 딱딱하게 굳어있다는 점이 조금 의아하기는 했다. 그 상태면 새똥이라기 보단 차라리 접착제가 묻어서 굳었다고 보는 게 좋을 정도였다. 새똥은 (얼마나 오래되었냐에 따라 좀 다르긴 하지만) 물티슈로도 잘 닦이기도 했다는 경험이 있었으니 말이다.

'아니 정말 접착제였을까? 정말 새똥 아닌 거야?'

물론 생각 만으론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가설을 확인해 보기 위해선 접착제 제거에 도움이 되는 세정제가 필요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1년 전에 구입해서 정작 쓰지 않고 창고에 처박아 뒀던 스티커 제거제가 있었기에 이 아이템을 바로 현장에 투입했다. 접착제(타르)를 분해하는데 탁월할 테니 정말 접착제라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1년 숙성 스티커 제거제와 심하게 고생해서 찌그러진 손

이 아이템은 투명해 보이지만 앞의 세정제보다는 좀 더 기름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냄새도 기름 냄새가 났고 말이다. 다만 뿌린 자국은 물 같았기에 사진은 올릴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심지어 더 많이 흘러내리기도 했으니 보이지도 않았다.

결론은 아래 사진으로 시작하면 될 것 같다.

아직 자국은 좀 보이지만 그래도 제법 지워짐

"헉 닦인다!"

정말 접착제였던 것일까? 안타깝지만 이걸로 확실하게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자국을 지우는 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위 사진은 제법 깔끔하게 지워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한 번에 깔끔하게 지워지진 않았다. 조금 뿌리고 잠깐 기다렸다가 물티슈로 닦아내는 귀찮은 행위를 3~4차례 반복했다. 덕분에 큼지막한 자국은 그런대로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자잘하게 작은 자국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아마도 다음에 세차하게 되면 자국을 발견할 때마다 조금씩 닦아봐야 할 것 같다.


좀 피곤해서 자잘한 자국은 나중에 다시 지우기로 하고 유리 세정제로 유리를 닦아내려고 했다. 그런데 문제의 자국을 다른 데서 또 발견했다. 이번엔 차 전면 유리였다. 뒷 유리만큼 큰 자국은 없었지만 자그마한 자국들이 제법 많이 보였다. 갑자기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좌절스럽기도 했다. 피곤하지만 않았다면 뭔가 했을 것이다. 단지 피곤해서 문제였을 뿐이다.

아직까지 문제의 자국이 무엇인지는 확실하진 않다. 스티커 제거제로 지우긴 했지만 어쩌면 단백질 분해제가 효과를 발휘했기에 더 잘 지워질 수 있었던 것일 지도 모르겠고 말이다. 다만 얼룩의 외형으로 볼 때 아파트 위층에서 뭔가 작업하는 과정에서 뿌려진 접착제 종류가 차에 묻었던 것은 아닐지 의심되었다. 자잘한 자국들이 액체가 뿌려진 형태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이 글을 쓰는 작자가 직접 알아낼 방법은 아마도 없을 것 같다.

그나저나 이제 손으로 대충 세차하는 건 한계가 온 모양이다. 다음에는 그냥 도장면 손상 따위 신경 끄고 자동세차기에나 들어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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