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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열이 계속 나는 아이의 부모 이야기

일상적인 이야기/건강 2024.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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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적 정신적 번아웃 (Mohamed Hassan / Pixabay)

어느 날 어린이집을 하원하고 온 아이는 여전히 평소 수준으로 활발했다. 하지만 아이의 몸이 조금 뜨끈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바로 열을 재보니 38.2도가 나왔다. 정상체온이 평균보다는 좀 높은 아이에게서도 심상치 않은 수준의 열이었다. 밥투정은 좀 하긴 했지만 그나마 다행스럽게 그날 밤은 38.5도까지만 열이 올랐기에 해열제 없이 잘 넘겼다.

그다음 날 아침부터 아이의 열은 내리지도 않고 오히려 올라서 38.4도였다. 어린이집에 보낼 수 없는 체온임은 당연한 데다 아이가 기침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다른 아이들을 위해 소아과가 약간 뜸한 시간대를 골라서 아이와 다녀왔다. 당시 어린이집에는 코로나가 돌고 있었고, 소아과에서는 열감기와 폐렴이 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대기 중이던 다른 아이는 수족구 판정을 받은 모양이었고 뒤이어 들어가는 아이는 코로나 검사를 받는 모양이다. 전염병의 총체적 난국이었다. 어쨌든 의사의 소견으론 일단 목 염증 위주의 열감기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아플 때는 잘 먹어야 할 텐데 아이는 또 밥투정을 한다. 그리고 그날 밤 아이는 39.5도라는 고열에 시달리게 되고 해열제를 먹고서야 겨우 잠에 들었다.

그다음 날 아침은 시작부터 열이 38.5도였다. 그나마 39도가 넘던 한밤중 보다야 낫긴 나았다만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는 체온이다. 당연하겠지만 어린이집을 이틀째 쉬게 된다. 일은 재택으로 병행할 수 있었기에 좀 힘들지만 이틀 째는 견딜 수는 있었다. 아이는 힘든지 잘 안 자려고 하던 낮잠도 제법 길게 잤다. 체온이 높으니 밥투정은 여전했다. 그렇게 일과 시간엔 38도 중반의 체온이었지만, 그날 밤 아이는 다시 39.2도가량의 고열이 다시 찾아오며 또 해열제를 먹고서야 잠에 들 수 있었다.

그다음 날 아침은 다행히도 열이 37도 후반이었다. 어차피 어린이집엔 갈 수 없는 체온이었지만 토요일이었기에 그러려니 했다. 위안거리가 있다면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사흘째 날 아침에 37도대 체온을 기록하면 그날 저녁 즈음이면 거의 정상으로 돌아오곤 했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그 경험이 깨져버렸다. 아이는 저녁이 되자 오히려 38도 후반까지 체온이 치솟으며 뭔가 심상치 않다고 느껴졌다. 불행 중 다행히도 거기서 체온이 더 높아지지는 않았고 아이도 그렇게 힘들어하지 않았기에 해열제는 먹이지 않았지만 기침이 왠지 심해지는 것 같아 걱정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일과 육아를 병행해 오던 부모 입장에서 피로는 점점 쌓여만 갔다. 밥이라도 잘 먹었다면 피로감이 좀 덜했을 텐데 말이다.

그다음 날 아침에는 기대를 살짝 하긴 했지만 바로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체온이 38도대 초반이 나오면서 말이다. 여전히 어린이집에 갈 수 없는 체온이었지만 일요일은 모두의 휴일이다. 그나마 아이는 밥을 조금은 더 먹게 되었다. 그런데 큰 문제는 열이 나흘째 안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상당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 뇌수막염이나 폐렴처럼 좀 더 심한 병일까? 확실하게 알고 싶었지만 주변에 그 어떤 소아과도 문을 열지 않았다. 최근 응급실은 난리인 상황인 데다 찾아가 봤자 취급도 안 해줄 체온이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온갖 걱정이 쌓여만 간다.

그리고 나흘째 밤 아이가 잠에 들자마자 갑자기 끙끙거리기 시작했다. 다시 열이 오르는 것일까 싶어 걱정스럽게 체온계를 들이댔다.

"37도...??? 하하..."

아니 왜 사람 놀라게 하게 끙끙거리며 자는 걸까 싶었지만 잠시 후 아이가 꿈을 좀 꾸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잠시 황당해하기도 했다. 그리고 새벽이 자나 가면서 체온은 점점 떨어져 37도 중반이라는 평상시 아이의 체온 고점까지 떨어졌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 아이가 땀을 좀 흘렸다. 체온이 높을 때 땀을 흘리는 것은 좋은 징조다. 실제로 체온은 37도 대 초반과 중반을 오르락내리락하였다. 잠시의 모니터링을 거친 후 일단 어린이집에 보냈다. 기침이 심해지긴 했지만 열이라도 더 이상 안 오르기만 바랄 뿐이었다.

이후 아이는 저녁에는 열이 살짝 올랐다가 아침이 되면 떨어지는 형태가 수일간 반복되었다. 그나마 어린이집에는 보낼 수 있었지만 당연히 아직 정상은 아닌 것 같았다. 마침 약이 떨어졌기에 병원을 다시 방문해서 얻은 조언은 "열이 오르는 것은 몸이 여전히 병원체와 싸우고 있어서다"였고 그래서 항생제를 바꿔서 복용해 보기로 했다. 아무래도 완전히 나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번 경우엔 주말이 겹치면서 연차를 아낄 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 아이가 월요일부터 아프기 시작했다면 거의 일주일 내내 아이를 가정보육 해야 했을 처지였다. 재택근무를 할 수 없다면 연차는 연차 대로 사라지고 몸은 몸 대로 피곤하고 정신은 정신 대로 피폐해졌을 거다. 그리고 병원비와 약값, 열 보초를 위한 도구들, 안 먹으려고 하는 아이에게 억지로 영양을 보충시키기 위한 온갖 보양식 비용은 덤이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에는 이렇게 많은 장애물이 있다. 그리고 부모는 그 장애물을 피하지 않는다. 피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생활하며 많은 행복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피하지 못하고 고꾸라지더라도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심하게 고꾸라진 날에 당황스러운 상황까지 겹치면 그 피로는 배의 배가 되는 느낌이다. 그나마 요즘은 빠르게 정보를 알아낼 수 있는 세상이라 많은 대처가 가능하지만 이런 것도 없던 과거에는 과연 어땠을까 하는 생각으로 그나마 견디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이번 글의 결론은 의외로(?) 불평불만이 아니다. 이렇게 고생하긴 했지만 아이가 어린이집에 입구에서 웃으면서 인사를 해줬을 때 그간의 걱정과 피로가 싹 날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게 원래 이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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