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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크로, 뭔 소리야?

경제적인 이야기/용어 정리 2023.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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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나 금융 쪽에서는 '매크로'라는 단어를 자주 듣는다. 그런데 이 단어는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IT 분야에서 아주 익숙하게 쓰이는 용어기도 하다. 문제는 의미가 전혀 안 맞는지 명백한 문맥(context)이 없으면 말이 안 되는 혼동을 주는 단어였다. 그런 이유로 이 단어의 의미와 주식시장과의 관계에 대해 대충 정리해 보려고 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의 매크로

매크로(MACRO)라는 용어는 초창기 프로그래밍 언어인 기계어(machine language)의 타국어(?) 정도로 불리는 어셈블리어(assembly language)에서 등장하는 개념으로 '코드 블록에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기능'을 의미한다. 이름을 한번 붙여 놓으면 해당 코드 블록을 이름 만으로 참조할 수 있는 참으로 인간에게 이로운 기능이다. 애초에 어셈블리어는 기계어를 사람이 읽기 편하기 위해 만들어진 언어이니 말이다.

이후 이 기능은 C언어 등 여러 고급 - 물론 현재로선 고급이라 부르기 좀 난감하지만 어쨌든 당시엔 고급 - 언어에서도 지원된다. 기능 자체도 동일하게 특정 코드 묶음에 이름을 붙여 놓고 해당 이름 만으로 그 코드를 컴파일 과정에서 삽입 - 혹은 바꿔치기 - 할 수 있는 기능이다. 참고로 C언어에서는 매크로 개념이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전처리기(preprocessor)를 이용해 그 개념을 따라 하는 수준이긴 하다.

다만 매크로는 함수 호출과는 다른 개념이라는 점을 주의하자. 함수 호출은 메모리 상에서의 컨텍스트 스위칭에 가깝지만 매크로는 컴파일 단계에서의 바꿔치기 개념으로 주로 쓰인다. 이 둘은 결과적으론 비슷하나 성능이나 구현 상 명백한 차이가 있다.

현재에 와서도 매크로는 다양한 언어에서 다채로운 방식으로 구현되나 결과적으로 이름이나 별명 등으로 원하는 코드의 입력 자동화 기능에 가깝다.

이 외에 다양한 GUI를 자동화하는 도구를 매크로라고 칭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오토마우스 같이 마우스 포인터를 원하는 대로 자동으로 움직여주는 기능 등 말이다. 하지만 이 섹션에서 바라보는 주제와는 거리가 좀 멀다.

어쨌든 위 내용은 이 글을 쓰는 이가 개발자라서 익숙한 개념이고, 이제 본론이다.

Macroeconomics, 거시경제학

보통 경제학에서 매크로라 부르는 건 불행히도 정말 매크로(macro)라는 단어가 있는 게 아니라 이 거시경제학의 영단어인 macroeconomics의 줄임말 macro다. 분야가 완전히 다르므로 앞의 코딩 개념을 알고 있다면 혼동이 올 수도 있을 법하다.

거시(巨視), 즉 멀리서 바라본다는 의미를 잘 생각해 보자. 거시경제학은 모든 개별 경제 요소들의 상호작용의 결과로 나타나는 전반적인 경제 현상에 대해 분석하거나 예측하는 학문이다. 비유적인 표현으로 "나무를 볼 것이냐 숲을 볼 것이냐"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나무를 볼 것이냐 숲을 볼 것이냐 혹은 더 멀리서 산을 볼 것이냐 (Sabine from Pixabay)

최근 들어 이 매크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요소로 물가와 환율 그리고 금리가 유명한 것 같다. 예를 물가가 너무 가파르게 오르면 금리를 올려 물가 상승률을 낮추는 것 말이다. 불행히도 이 연관관계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하는 부분 요소라는 점이 문제지만 말이다. 금리를 올린다고 무작정 물가가 내려가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다. 환율도 비슷하다. '화폐의 가격'이라고도 불리는 금리를 올리면 화폐 가치가 올라야 할 것 같지만 당연히 무작정 오르지는 않는다. 이 단순한 세 가지 요소들만 해도 서로 간의 영향은 물론 이 외에도 많은 경제적 요소에 의해 성질과 가치가 변하기 때문에 이런 구조를 분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물며 예측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용어를 알고 나면 더더욱 개발 분야의 매크로와 완전히 다른 의미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명백한 문맥이 없으면 간혹 혼동이 올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하고 싶을 따름이다.

상대적인 의미의 학문으로 미시경제학(microeconomics)이 있다.

사족. 매크로와 주식시장과의 관계

매크로는 물론 주식시장과 관계가 있다. 하지만 직접적인 관계는 없을 수도 있다. 이 무슨 아니면 말고식 발언일까.

위 표현을 하게 된 이유는 주식시장이 심리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 때문인 것 같다. 주가는 물론 실적 등의 지표에 따라 움직이겠지만, 지표가 나온다고 거기에 맞게 움직이는 게 아니라 그 지표를 본 사람들의 심리에 따라 움직인다. 따라서 매크로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을 해석하는 기준이나 유행(?) 등 여러 변수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예전에 연준이 금리를 한창 올리던 시절 안 좋은 경제 지표가 나오니 오히려 주식시장이 환호하면서 주가가 올랐던 현상이 참 좋은 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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