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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보이 버거의 팻보이버거 세트에 관한 기록

일상적인 이야기/식사 기록 2025.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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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앱을 켜고 어김없이 패스트푸드 카레고기 아니 카테고리를 둘러보던 와중이었다. 왜인이 낯이 익지 않고 새로운 느낌의 가게가 보였다. 이름하여 좀 거부감이 느껴지는 '팻 보이'라는 브랜드였다. 뚱뚱한 소년이라니 아주 제대로 고칼로리 수제버거집인 모양이다. 그래도 거부감보다는 신선한 느낌이 들어서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하여 아무런 근거나 리뷰 탐방 없이 새롭다는 이유 만으로 이 가게의 한 메뉴를 주문하기로 했다. 당연하게도 시그니처 메뉴를 먹어봐야 할 것이기에 가게 이름과 동일한 '팻보이버거 세트'를 주문했다. 다행히도 음료에 제로콜라가 있었다는 점은 참 좋았다.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배달이 40분가량으로 꽤나 오래 걸렸다. 개인적으로 최근 시켜 먹었던 버거들 중 가장 늦게 도착했는데 상태가 좋을 리가 없다. 한집 배달이 아니라서 늦어졌겠지만 이게 음식의 질에 영향을 준다면 분명 잘못된 일이긴 하다. 어떤 면에서는 배달이 좀 늘고 있다고 봐도 될 수는 있을진 모르겠지만 주문한 사람 입장에선 그게 무슨 상관일까.

배달받은 포장을 살펴보니 우려했던 사태가 벌어져 있었다.

세트 구성품들

버거를 은박지로 포장하다니 이런 신박한 경우가 다 있을까. 물론 내용물만 괜찮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은박지가 내용물을 보호할 만한 충분한 힘이 있을 리는 없고 실제로 찌그러져버린 모양을 볼 때 내용물이 무사할 리가 없어 보였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던 게 역시 배달이 오래 걸리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이미 찌그러져 있는 버거 포장 은박지를 조심스럽게 풀어본다. 혹시나 적은 확률이라도 번이 찌그러지지 않고 무사할 지도 모르니 말이다.

심각하게 찌그러진 번

그런 낮은 확률의 기대는 아주 손쉽게 박살이 나버렸다. 이렇게 심각하게 찌그러진 번의 수제버거라니, 요즘은 패스트푸드도 이렇게 찌그러지게 배달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봐도 이건 가게 측의 포장 전략의 심각한 결함으로 봐야 할 것 같다. 배달 자체의 문제로 볼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가게에서 한집배달을 지원하지 않았기에 이건 가게 측의 문제로 삼아야 한다.

물론 그래도 맛은 봐야 할 거다. 번이 찌그러졌어도 맛 자체에는 영향이 없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사람 놀리는 베이컨

안타깝게도 늦어진 배달로 식어버린 점은 맛에도 영향을 줬다. 분명 식으면 맛이 사라진다. 특히 일부 재료를 딱딱하거나 질기게 만들기도 한다.

첫 한 입의 감상은 바로 '아 X발 베이컨!' 이런 것이었다. 너무 질겼다. 아니 심하게 질긴 건 아니었지만 다른 재료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질겼다. 그 말은 한 입 베어 물다가 베이컨이 제대로 잘리지 않고 다른 속재료들을 모조리 끌고 나온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는 식감에 큰 결격을 유발한다. 거기다 맛에서도 밸런스를 무너뜨린다. 사진에서 보기엔 별로 안 질겨 보이는 베이컨인데 왜 이럴까?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맛의 측면에선 괜찮았다. 뭔가 다른 수제버거에 비해 좀 심심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렇다고 기본에까지 충실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속재료와 번의 맛의 밸런스는 괜찮은 편이었다.

불행히도 식감은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찌그러진 번, 식어서인지 퍼석한 고기 패티, 질긴 베이컨과 그 베이컨이 어지럽힌 속재료의 위치들, 씹히는 내용물들이 무는 위치에 따라 달라져서 생기는 기대감의 배반 등 여러 문제가 식감을 방해했다. 아무리 봐도 베이컨은 이 글을 쓰는 작자의 취향은 아닌 것 같다. 베이컨은 원래 이렇게 질기고 딱딱해야 하는 걸까? 이럴 거면 베이컨은 안 쓰는 게 좋지 않을까? 뭔가 한 재료 때문에 많은 게 어질러진 느낌이다.

감자튀김은 대형 프랜차이즈의 것들 보단 좀 굵게 다듬어진 형태다. 미국식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파는 것들과 뭐가 다른 지는 잘 모르겠다만 맛도 평범했다. 다만 배달이 늦어진 것의 문제점이 여기서도 나타났다. 온통 식어버리고 눅눅해진 감자튀김에 좋은 점수를 줄 수는 없을 거다. 바삭한 느낌도 없어서 먹는 재미도 없고 말이다. 그저 허기를 채우는 용도로 억지로 밀어 넣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결론: 가장 최악의 포장법을 가진 수제버거 가게

아마도 팻보이 버거에서 다시 시켜 먹을 가능성은 좀 낮을 것 같다. 다만 맛은 나름 괜찮았으며 배달이 늦어져 생긴 문제들에 대해서는 관대하게 생각하려 한다. 만약 배우자나 일행이 여기 먹어보자라고 하면 그때는 반대하지 않고 베이컨이 들어가지 않은 다른 메뉴를 시도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맛 자체는 괜찮았으니 말이다.

핵심적으로 버거 포장 문제는 크게 지적해야 할 것 같으며 그 덕분에 아마도 수제버거 선호도 리스트에선 아래쪽에 위치할 것임은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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