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앱을 켜고 어김없이 패스트푸드 카레고기 아니 카테고리를 둘러보던 와중이었다. 왜인이 낯이 익지 않고 새로운 느낌의 가게가 보였다. 이름하여 좀 거부감이 느껴지는 '팻 보이'라는 브랜드였다. 뚱뚱한 소년이라니 아주 제대로 고칼로리 수제버거집인 모양이다. 그래도 거부감보다는 신선한 느낌이 들어서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하여 아무런 근거나 리뷰 탐방 없이 새롭다는 이유 만으로 이 가게의 한 메뉴를 주문하기로 했다. 당연하게도 시그니처 메뉴를 먹어봐야 할 것이기에 가게 이름과 동일한 '팻보이버거 세트'를 주문했다. 다행히도 음료에 제로콜라가 있었다는 점은 참 좋았다.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배달이 40분가량으로 꽤나 오래 걸렸다. 개인적으로 최근 시켜 먹었던 버거들 중 가장 늦게 도착했는데 상태가 좋을 리가 없다. 한집 배달이 아니라서 늦어졌겠지만 이게 음식의 질에 영향을 준다면 분명 잘못된 일이긴 하다. 어떤 면에서는 배달이 좀 늘고 있다고 봐도 될 수는 있을진 모르겠지만 주문한 사람 입장에선 그게 무슨 상관일까.
배달받은 포장을 살펴보니 우려했던 사태가 벌어져 있었다.
버거를 은박지로 포장하다니 이런 신박한 경우가 다 있을까. 물론 내용물만 괜찮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은박지가 내용물을 보호할 만한 충분한 힘이 있을 리는 없고 실제로 찌그러져버린 모양을 볼 때 내용물이 무사할 리가 없어 보였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던 게 역시 배달이 오래 걸리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이미 찌그러져 있는 버거 포장 은박지를 조심스럽게 풀어본다. 혹시나 적은 확률이라도 번이 찌그러지지 않고 무사할 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런 낮은 확률의 기대는 아주 손쉽게 박살이 나버렸다. 이렇게 심각하게 찌그러진 번의 수제버거라니, 요즘은 패스트푸드도 이렇게 찌그러지게 배달하지는 않는다. 아무리 봐도 이건 가게 측의 포장 전략의 심각한 결함으로 봐야 할 것 같다. 배달 자체의 문제로 볼 수도 있겠지만 애초에 가게에서 한집배달을 지원하지 않았기에 이건 가게 측의 문제로 삼아야 한다.
물론 그래도 맛은 봐야 할 거다. 번이 찌그러졌어도 맛 자체에는 영향이 없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안타깝게도 늦어진 배달로 식어버린 점은 맛에도 영향을 줬다. 분명 식으면 맛이 사라진다. 특히 일부 재료를 딱딱하거나 질기게 만들기도 한다.
첫 한 입의 감상은 바로 '아 X발 베이컨!' 이런 것이었다. 너무 질겼다. 아니 심하게 질긴 건 아니었지만 다른 재료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질겼다. 그 말은 한 입 베어 물다가 베이컨이 제대로 잘리지 않고 다른 속재료들을 모조리 끌고 나온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는 식감에 큰 결격을 유발한다. 거기다 맛에서도 밸런스를 무너뜨린다. 사진에서 보기엔 별로 안 질겨 보이는 베이컨인데 왜 이럴까?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맛의 측면에선 괜찮았다. 뭔가 다른 수제버거에 비해 좀 심심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렇다고 기본에까지 충실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속재료와 번의 맛의 밸런스는 괜찮은 편이었다.
불행히도 식감은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찌그러진 번, 식어서인지 퍼석한 고기 패티, 질긴 베이컨과 그 베이컨이 어지럽힌 속재료의 위치들, 씹히는 내용물들이 무는 위치에 따라 달라져서 생기는 기대감의 배반 등 여러 문제가 식감을 방해했다. 아무리 봐도 베이컨은 이 글을 쓰는 작자의 취향은 아닌 것 같다. 베이컨은 원래 이렇게 질기고 딱딱해야 하는 걸까? 이럴 거면 베이컨은 안 쓰는 게 좋지 않을까? 뭔가 한 재료 때문에 많은 게 어질러진 느낌이다.
감자튀김은 대형 프랜차이즈의 것들 보단 좀 굵게 다듬어진 형태다. 미국식이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파는 것들과 뭐가 다른 지는 잘 모르겠다만 맛도 평범했다. 다만 배달이 늦어진 것의 문제점이 여기서도 나타났다. 온통 식어버리고 눅눅해진 감자튀김에 좋은 점수를 줄 수는 없을 거다. 바삭한 느낌도 없어서 먹는 재미도 없고 말이다. 그저 허기를 채우는 용도로 억지로 밀어 넣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결론: 가장 최악의 포장법을 가진 수제버거 가게
아마도 팻보이 버거에서 다시 시켜 먹을 가능성은 좀 낮을 것 같다. 다만 맛은 나름 괜찮았으며 배달이 늦어져 생긴 문제들에 대해서는 관대하게 생각하려 한다. 만약 배우자나 일행이 여기 먹어보자라고 하면 그때는 반대하지 않고 베이컨이 들어가지 않은 다른 메뉴를 시도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맛 자체는 괜찮았으니 말이다.
핵심적으로 버거 포장 문제는 크게 지적해야 할 것 같으며 그 덕분에 아마도 수제버거 선호도 리스트에선 아래쪽에 위치할 것임은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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