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관측 기준 사상 최대의 폭설이 내렸던 날이었다. 아이를 데리고 나갈 일이 있었는데 눈이 왔으니 아기띠냐 유모차냐 고민했다. 결국 아기띠로 아이를 안고 걸어가다 미끄러지면 위험하니 유모차에 태우고 나가자는 결론이 났었다. 물론 어쩔 수 없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이번 폭설은 정말 다양한 감상을 남겼다. 11월에 그것도 개인적으로도 가장 많이 쌓인 눈을 체감했다. 그리고 단풍이 다 떨어지기도 전에 이렇게 많은 눈이 왔다는 신기한 풍경도 구경했다. 심지어 일부 나무는 단풍조차 들지 않은 이질적인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봤었다. 바닥에는 잔뜩 쌓인 눈 아래로 노란 은행나무잎들이 섞여 있어서 마치 하얀 쌀밥에 단무지를 버무려 놓은 비빔밥 같았다.
사실 좋은 감상을 늘어놓긴 했는데 그냥 곁다리일 뿐이다. 왜냐하면 유모차를 선택했다는 것에서 아기띠와는 다른 또 다른 절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눈이 쌓인 날 유모차를 끄는 것은 좋은 선택일까?
사진이 많은 부분을 말해주고 있다. 눈 쌓인 날 특히 이렇게 많이 쌓인 날은 그냥 유모차도 안 끄는 것이 좋다.
얼어붙은 곳은 얼어붙은 대로 당연히 미끄럽다. 안 얼고 쌓인 부분은 그대로 바퀴가 걸리거나 빠져버리고 웬만한 힘으로도 밀리지 않았기에 온몸을 써서 밀거나 뒤로 빠져나온 뒤 다시 방향을 잡아야 했다. 바닥이 얼었든 안 얼었든 유모차를 앞으로 똑바로 밀어도 옆으로 드리프트를 하는 역동적인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며 온몸으로 방향을 지탱해야 했다.
팔이 저려온다. 손목이 아파온다. 허리가 뻐근해진다. 허리팔다리에 근육통이 생길 것 같다.
마주치는 사람들이 눈밭에 유모차 바퀴가 빠져 끙끙거리는 모습을 안쓰럽게 쳐다보며 지나간다. 도와달라고 하기도 힘들다. 그들도 힘들게 눈밭에 빠지며 걸어가고 있을 테니 말이다.
육아는 많은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이가 웃어주고 애교를 떨어주는 한 장면 만으로 많은 스트레스가 녹아내린다. 익숙했지만 늘 신기했다. 어쨌든 육아 경험치가 쌓여가는 나날이다.
이번 경험의 교훈: 눈이 많이 온 날은 유모차도 그냥 포기하자. 차라리 차를 태우고 가자. 아니 차라리 나가지 말자. 그게 낫다. 혹시나 유모차 바퀴가 큰 거냐 작은 거냐를 고민 중이라면 큰 게 그나마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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