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애널리스트들이 애플(AAPL) 투자 의견을 하향하는 것이 눈에 뜨인다. 예를 들어 국내 기사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영국계 투자회사인 바클레이즈의 애널리스트인 티모시 롱이 "비중 축소 및 목표가를 현재가보다도 낮은 160 달러로 제시"한 것이 있다. 애플에 이렇게 부정적인 리포트가 나오는 경우는 별로 없었는데 그래서 그런가 주식시장에서는 애플 주가가 3% 이상 하락하는 등 꽤나 큰 충격으로 다가온 모양이다. 애플 투자자로서 이런 상황은 그다지 좋게 보일 리가 없다.
애플의 둔화되는 실적들
지난 애플의 실적 발표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매출을 확인해 보면 직접적으로 둔화되거나 감소하고 있는 분야가 있다. 주로 하드웨어 사업이며 특히 맥 실적은 코로나 수혜를 입은 뒤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거기다 아이패드 판매도 그다지 좋지 못하다. 비전프로는 발매되기 전부터 비싼 가격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애플 실적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아이폰 매출이 걸림돌이다. 최근 한국에선 아이폰 15 시리즈가 흥행한 모양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아이폰 15의 발열 이슈를 비롯해 스마트폰 경기 침체, 그리고 중국의 규제 등으로 부정적인 기류가 팽배하다. 물론 아이폰 매출은 다음 실적 발표로 확인해야 할 지표라 아직은 섣부른 추측일 수도 있다.
일단 애플 내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사업도 있다. 클라우드 등 서비스 사업이 바로 그 부분이다. 하지만 미래의 실적이 고성장을 보장하고 있지는 않다. 거기다 서비스 사업 내에서도 애플TV나 애플뮤직처럼 사용자 증가가 더딘 분야가 발목을 잡고 있다. 이대로는 서비스 매출이 하드웨어 매출 감소를 뒷받침해 주지 못할 정도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이것도 아직은 섣부른 추측이다.
이 외여 여러 반독점 조사 및 소송이 걸려있는 것은 애플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걱정을 안겨준다. 가장 최근에는 마시모와의 애플워치 혈중산소측정 특허가 문제가 되었고 결국 미국 내에서 애플워치 판매가 중단될 뻔했지만 유예만 받은 상황이다. 이외에도 유럽과 한국에서 외부 결제 및 앱스토어 사이드 로딩 등 여러 반독점 이슈가 남아있다. 이 반독점 이슈들도 매출에 발목을 잡을 확률이 높다.
애플의 차세대 주력 시장인 인도에서의 충전 포트 표준화 이슈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USB-C 포트를 탑재한 최신 아이폰은 문제없겠지만 인도 시장에선 구형 아이폰이 상당히 잘 팔리는데 여기에도 USB-C 포트를 강제시키려는 인도 정부의 규제가 애플에겐 비용적으로 아주 큰 부담이다. 만약 인도 정부에서 이 규제를 밀어붙인다면 구형 아이폰 판매가 끊기며 또 애플의 실적을 붙잡는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대충 기억을 더듬어봐도 애플의 길에는 이런저런 걸림돌이 많다.
그렇다면 이제 애플의 길은 험난하기만 할까?
맥 등 일부 애플 하드웨어의 판매가 저조한 것은 반대로 보자면 경기가 좋아지면 반등할 수도 있다는 기대를 남겨두고 있다.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 아직은 명확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먼 미래일 것 같지는 않다. 코로나 특수로 폭주(?) 보급된 PC 물량의 교체 시기도 거의 다가왔거나 몇 년 남지 않았기도 하고 말이다.
애플의 중국 매출에 대해서는 판단을 하기엔 시기상조일 수도 있다. 희망회로를 굴려보자면 중국의 규제가 오히려 반발 매수를 불러올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명품이라고 인식되면 줄을 서서 사려고 하는 것이 중국인들이다. 하물며 중국의 규제는 공공분야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사적 소유까지 금지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중국 매출이 꾸준한 내리막일 가능성은 낮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화웨이가 중국 내에서 생산한 고성능 반도체를 썼다는 것이 추후 어떻게 진행되는지 확인은 필요할 것 같다.
일부 언론에서는 애플이 장기간 준비한 애플카가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로 삼고 있는 경우가 보이긴 한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건 좀 다르게 평가한다. '자체 공장 없이 차량 생산은 힘들다'는 것을 애플도 이미 오래전부터 인지하고 있을 것이며, 그래서 애플은 애플카가 아닌 카플레이(Car Play)로 방향을 틀었다고 생각된다. 즉 애플은 자체 자동차를 포기하고 대신 차량 제어용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방향을 튼 것이지 않을까? 차량 내부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장악한다면 그것도 미래 실적의 발판이 될 것이니 말이다. 당장은 안드로이드 오토 그리고 테슬라 같은 강항 경쟁상대가 있어서 쉽지는 않겠지만 방향은 애플이 잘하는 쪽으로 방향은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
비전프로는 범접하기 힘든 가격이 문제인데 반대로 보자면 염가판 보급과 함께 콘텐츠 공급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미래의 먹거리 가능성은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은 좀 걸릴 것 같다.
서비스 사업은 애플에겐 정말 중요한 분야다. 하드웨어 판매는 정체가 오기 마련이니 말이다. 비록 애플TV 등이 발목을 잡고 있긴 하지만, 오히려 또 다른 OTT 기업 인수 루머가 떠도는 것을 보면 애플도 그냥 포기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 잘 살펴봐야 할 것이다. 만약 안 될 것 같다면 빠르게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AI 분야 진출이 있다. 애플은 언제나 그랬지만 당장 실현될 요소가 아니면 발표행사에서 굳이 해당 이슈를 꺼내지 않는다. 몇몇 언론에서 애플이 AI에 뒤쳐진 점을 문제 삼고 있지만 그렇기에 개인적으로 애플 답다고 생각하고 있다. 즉 애플은 제대로 준비가 되면 AI를 끄집어낼 것이다. 다른 기업에서 AI가 매출로 이어지는 것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실적 부문에서 보자면 애플의 AI 진출이 늦어진 것은 결코 아니다고 생각한다.
결론 및 여담
당장은 애플의 실적이 부정적일 것이라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천하의 애플이 이대로 가라앉지는 않을 것이라는 많은 이들의 주장에도 동의한다. 당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를 걱정해야 할 상황인데 이럴 때 천하의 애플도 실적이 좋을 리도 없다. 그리고 이 침체가 해소되면 강력한 기저효과가 찾아오게 될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작자는 일단 애플 주가가 폭락하던 시점에 AAPL을 전량 매도했다. 다만 투자 철회가 아니라 QQQ 등의 패시브 펀드로 투자 방향을 전환하려는 의도가 강할 뿐이다. 그동안 애플에 집중하느라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엔비디아 등의 투자를 놓쳐왔다는 것이 약간 후회되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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