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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국은 산후조리나 모유수유에 정말 좋은 음식인가?

일상적인 이야기/건강 2023.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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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출산 후 미역국을 먹는 것이 무슨 관습처럼 굳어 있다. 산부인과는 물론 산후조리원에서도 늘 나오는 식단 중 하나가 미역국이다. 심지어 산후조리원을 나와 집에 와서도 한동안 미역국을 먹는다. 이쯤 되면 미역국은 출산 후 꼭 먹어야 할 음식처럼 보인다. 단지 출산 후 미역국을 먹는 나라가 한국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결국 외국의 사례를 보면 미역국은 필수가 아니라는 말이 된다.

미역국이 정말 산후조리나 모유수유에 좋은 음식일까? 약간은 의심이 생긴다.

미역의 대표적인 성분과 기능

미역국에는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지만 유독 미역만 압도적으로 많이 들어있으니 미역 위주로 살펴보자. 어차피 검색으로 찾아보면 비슷한 내용을 자세히 볼 수 있으니 대략적으로 정리해 보자.

미역이 맞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비슷한 Seaweed (Benjamin Davies from Pixabay)

미역의 대표적으로 꼽는 성분은 '요오드(아이오딘)'가 있다. 다른 성분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이 들어있는 이 성분은 혈액순환계에 도움을 주고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부종을 예방하며 결정적으로 아기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갑상선호르몬(혹은 갑상샘호르몬)의 주요 성분이기도 하다.

그 외에 미역에는 자궁 수축이나 지혈에 좋은 칼슘, 부종 예방 등에 좋은 칼륨, 소화에 도움을 주는 알긴산, 기타 여러 성분이 들어있다.

이쯤 되면 미역국이 정말 산후조리와 모유수유에 좋은 식품인 건 분명해 보인다. 다만 좋은 것만 눈에 보인다는 게 문제인 것 같지만 말이다.

문제는 너무 많다는 것이다

요오드는 분명 좋지만 큰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미역국에 요오드가 너무 많이 들어있다는 점이다. 요오드가 많아서 뭔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면 쉽게 넘길 문제는 아니다.

요오드는 갑상선호르몬의 주요 성분이니 갑상선에 쌓이게 된다. 다만 한계 용량까지만 쌓이고 남은 요오드는 혈액을 통해 신장에서 걸러져 소변으로 빠져나간다. 따라서 요오드가 많다고 딱히 문제가 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대부분의 경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다만 사람에 따라 너무 많은 요오드가 갑상선을 자극하여 갑상선염이 생기고 이로 인해 갑상선기능저하증과 같은 여러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어쨌든 대부분의 성인에겐 너무 많이 먹지 않는 한 큰 문제는 없다고 봐도 된다.

하지만 잉여 요오드가 혈액을 통해서 운반된다는 점도 놓쳐서는 안 된다. 혈액은 모유의 재료를 운반하기도 하는 우리 몸의 유통망이다. 요오드도 혈액을 따라서 모유에 들어가게 된다. 이 말은 만약 혈액 속 요오드 농도가 너무 높다면 모유에도 요오드가 다량 함유될 것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그 요오드가 과다하게 함유된 모유를 신생아가 먹게 될 것이다.

신생아와 같이 미숙한 몸에서 과다한 요오드에 갑상선이 얼마나 견딜지는 아직 명확한 지표가 없다. 단지 많은 전문가들은 성인보다 더 취약하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특히 갑상선호르몬은 성장발육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과다한 요오드로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발생할 경우 아이의 성장에 치명적인 문제를 줄 수도 있다.

결국 미역국을 너무 많이 먹는 것은 조심해야 된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얼마나 먹어야 할까

사실 정확하게 얼마나 먹어야 하느냐는 미역국을 만드는 이나 재료의 양과 비율에 따라서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의미가 없는 것 같다. 그저 대략적인 수치로 하루에 미역국 반 그릇이라는 권장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한 그릇도 아니고 반 그릇 정도만 먹어도 이미 요오드를 하루 권장량을 넘게 먹는다는 말이다.

더구나 위 기준은 미역국만 먹을 때의 이야기다. 요오드는 다시마나 김 등의 해조류에 특히 많이 들어있고 이외에도 해산물, 우유, 달걀 등에도 풍부하게 들어있다. 따라서 이런 종류의 반찬과 함께 먹는 경우라면 더더욱 미역국을 적게 먹어야 된다는 말이 된다.

따라서 골고루 먹는다면 미역국을 딱히 챙겨 먹을 필요가 없다고 정리가 된다. 외국에서 출산 후 굳이 미역국을 챙겨 먹지 않는다는 것의 이유도 설명되는 것 같다.

다만 갑상선 질환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성인은 좀 더 먹는다고 해도 별 문제가 없고, 신생아에게도 바로 문제를 일으킨다는 명확한 통계도 없는 편이라 일방적으로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조심은 미리 해둬도 손해 볼 것은 없을 테기도 하고, 구태여 미역국만 지겹게 꾸역꾸역 먹는 것도 불필요한 일이다.

사족

과연 우리의 전통은 항상 옳은 것인가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정말 좋은 것들 뿐일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은데 말이다. 물론 그 전통이 효능도 있고 큰 부작용도 없으니 전해졌을 테지만 그래도 현대 지식으로 다시 정리해 보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 같다.

어쨌거나 이번에도 "과하면 모자란 것만 못하다"라는 이 세상의 정말 불편한 진리를 또 보게 되어 참 짜증이 느껴진다.

사족 하나를 더 달자면, 갑상선기능저하증은 신생아의 성장에 치명적인 증상이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하다. 이 글을 쓰는 작자의 첫째 아이도 생후 50일 정도 즈음에 이 증상을 발견해서 3년 동안 매일 약을 먹긴 했지만 결국 잘 자랐고 완치 판정도 받았다. 만약 걱정된다면 어린 몸에는 좀 힘들겠지만 혈액 검사로 수시간 내에 결과를 알 수 있으니 병원에서 상담을 받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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