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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스러운 재난문자들

일상적인 이야기/아무런 이야기 2023.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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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의 마지막 날 이른 아침, 아이가 화장실 가기 위해 잠깐 깼다가 다시 잠들었으려는 찰나였다. 갑작스러운 재난문자 굉음이 울렸다. 극도로 공포스럽고 시끄러운 그 소리 말이다.

놀래서 일단 소리를 바로 껐다. 애가 깨면 안 되니 말이다. 그리고는 긴장하며 문자의 내용을 봤다.

실제로 받은 첫 재난문자

"뭐? 대피하라고? 헉?! 뭐부터 해야 되지?"

손발이 오들오들 떨리고 식은땀이 났다.

그런데 잠깐 뭔가 이상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났길래 재난문자가 온 걸까?

무엇 일인지 알아야 어디로 대피할지 결정할 텐데 그런 내용이 없었다. 재난문자에는 그저 대피 준비만 하라고 한다. 준비만 하라는 것도 그거대로 불안하다. 지진이라도 났나? 설마 북한이나 중국이 쳐들어온 것일까?

그래도 정보가 힘이라 믿으며 우선은 트위터에서 정보를 탐색했다.

북한이 또 뭔가 쏘았단다

물론 북한이 위험한 무언가를 우리나라를 향해 쐈다면 큰 일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뭔가 떨어질 것 같은 내용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저 우주발사체를 - 언론에 따라서는 대륙간탄도탄 혹은 그냥 미사일 등을 - 쐈다는 내용만 보일 뿐이다.

하 X발.

빡친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트위터에 욕을 썼다. 그리고 이내 진정하며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얼마 안 되어 또 재난문자 굉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애 깰까 봐 또 화들짝 일단 껐다.

설마 정말 전쟁인가? 어딘가 날아오고 있는 건가? 설마 핵이라도 실린 건가?

오들오들 떨리는 손으로 불안하게 내용을 봤다.

두번째 재난문자

오발령?!

뭐? 오발령?

...

아니 근데 그걸 왜 또 재난문자로 보내냐고!

"X발 X쳤어?"

지금도 육두문자가 나오는 게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생각된다. 빡친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트위터에 욕을 갈겨댔지만 풀리지 않았다.

또 그런데

잠시 후 문자가 오는 소리가 났다.

세번째 재난문자

재난문자 종류이긴 하지만 이번엔 다행히도 시끄러운 소리는 안 나는 문자였다.

그래도 빡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경보가 해제되었다는 알림이었기 때문이다. 분명 오발령이라면 경보는 없었던 것이 맞는 게 아닌가? 왜 또 해제한다는 걸까? 근데 미사일? 우주발사체라며? 뭐 그게 그거긴 하다만.

시간이 지나도 빡침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 뒤로 사과 한마디 없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누가 보낸 거야?

첫 재난문자는 서울시에서 보낸 것으로 보인다. 내용에 그렇게 쓰여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두 번째 문자는 행안부에서 보낸 것으로 보인다. 내용에 그렇게 쓰여있으니 말이다.

마지막 세 번째 문자는 다시 서울시에서 보낸 것으로 보인다. 역시 내용에 그렇게 쓰여있으니 말이다.

두 군데서 보냈다는 말이다. 이걸 알게 되니 정말 국민 대상으로 장난치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만 들었다.

왜 보낸 거야?

첫 재난문자 후 트위터로 정보 탐색했을 때는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쐈다는 기사 정도만 볼 수 있었다. 물론 이 정보는 직접 찾는 것이다. 참고로 네이버는 트래픽으로 다운된 뭥미스러운 상태였다나.

중요한 점은 왜 첫 재난문자에 이 중요한 정보가 없었냐는 점이다. 북한이 뭔가 쏴다는 한 마디만 있었어도 그토록 공포에 휩싸이지는 않았을 거다.

그런데 좀 더 찾아보니 우주발사체 발사 예고는 북한이 이미 오래전에 해 둔 상태였다고 한다. 심지어 국제해사기구(IMO)를 통해 통보되었다고 한다. 이미 정부는 알고 있었던 상태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미사일이 아닌 우주발사체를 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런데 왜 재난문자를 보냈을까?

거기다 왜 이렇게 늦었나?

발사체는 6시 32분에 발사가 탐지되었다는데 실제 재난문자는 10분이나 뒤에 왔다. 만약 여기에 핵이 실려 있었다면 문자를 받기 전에 서울은 이미 불바다가 되어있었을 것이다. 왜 이렇게 늦게 보냈을까?

심지어 행안부 오발령 문자도 첫 문자 뒤 10분이나 지나서 왔다. 그 사이에 욕이 쏟아지니 그제야 수습하려는 것이었을까?

정말 왜 보낸 거야?

자다가 받는 재난문자는 정말 공포 그 자체다.

설마 최근 정부 지지율 떨어진 것 때문에 공포심을 유발하려는 거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이걸로 야당을 종북몰이 하며 탄압하면 딱이잖아? 과거 보수 정부의 비슷한 행태가 떠오른다. 그땐 고작 귀순을 통보한 비행기 한 대 넘어온 것이었지 아마?

누구 책임이야?

서로 책임 떠넘기기만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행안부: "서울시 경계경보 오발령은 행안부 요청에 따른 것은 아님"
  • 서울시: "오전 6시 30분 행안부 중앙통제소에서 '현재시각, 백령면 대청면에 실제 경계경보 발령. 경보 미수신 지역은 자체적으로 실제 경계경보를 발령'이라는 지령방송이 수신됨. 상황이 정확히 파악되기 전에는 우선 경계경보를 발령하고, 상황 확인 후 해제하는 것이 비상상황 시 당연한 절차"

'신나는 토스 놀이로 시간 벌기' 딱 이런 느낌을 받는다.

이러다 적당한 꼬리(?) 찾으면 잘라낼 것 같다.

이러다 불감증 걸리겠다

이미 알려진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도 않고 당일 당시가 되어서야 재난문자라는 극도로 공포를 조장하는 매체로 보내다니 제정신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거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식으로 양치기소년식 장난을 치면 사람들은 점점 공포에 무뎌질 것이라는 점이다. 안 그래도 북한이 뭔가 쏴도 동요 없는 한국인이다. 이러다 재난문자에도 반응 안 하면 국가 재난이 더 커질 뿐이다.

이런 재난문자가 재난이다

극도의 공포, 애들 깰까 봐 극도의 스트레스, 잠 못 자서 피곤함. 불필요한 재난문자가 사람을 이렇게 만들어 버렸다.

이번 일의 책임은 행안부와 서울시 공동 책임이 명백하다. 원래대로라면 북한 책임으로 둘러댈 수 있었겠지만 이번엔 북한은 (어쨌든 X발X끼들이지만) 이미 예고했기 때문에 북한의 책임은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기 때문이다. 빨리 둘 다 책임지고 꼴사나운 모습은 그만 보여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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