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억울한 베짱이

일상적인 이야기/아무런 이야기 2023. 2. 25.
반응형

베짱이는 한해살이 곤충이다. 봄에 태어나서 겨울에 죽는 원래 수명이 그런 베짱이다. 어쨌든 한여름에 노래만 부르고 놀다 겨울에 굶어 죽는다는 억울한 베짱이다.

메뚜기처럼 생겼지만 사실 베짱이는 육식 곤충이다. 살아있는 생물을 잡아먹는 곤충이다. 살아있는 생물을 모아놓아 봤자 상할 뿐이고 못 먹는 것이 된다. 그리고 겨울에는 먹이인 다른 곤충들도 사라진다. 어쨌든 여름에 놀기만 하고 겨울을 보낼 식량을 안 모으고 굶어 죽는다는 억울한 베짱이다.

베짱이의 노래는 짝을 찾는 처절함이 담긴 노래다. 한 해의 가장 큰 목표인 후손을 남기기 위한 최선의 발악이다. 어쨌든 일하는 개미들을 보며 놀면서 노래를 부른다고 오해받는 억울한 베짱이다.

베짱이는 집을 짓지 않는 곤충이다. 애초에 식량을 모아둘 공간 자체가 없는 불쌍한 무주택자다. 어쨌든 여름에 일하지 않고 놀기만 하다 겨울에 얼어 죽는다는 억울한 베짱이다.

개미떼 옆에서 노래를 부르는 베짱이는 목숨을 걸고 있는 셈이다. 아무리 베짱이가 육식이라 한들 개미들에겐 베짱이가 그저 겨울 식량일 뿐이다. 어쨌든 일하는 개미를 구경하며 노래만 부르다 겨울에 얼어 죽는다는 억울한 베짱이다.

오늘도 동화책 안에서 참으로 억울한 베짱이다.

메뚜기지만 뭐 어때 천적은 어차피 똑같은데 (Nel Botha @pixabay)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