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이 1.0 아래로 떨어진 지 오래다. 낮은 출산율은 날이 가면 갈수록 신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다. 대한민국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왜 사람들은 출산과 육아를 기피할까? 아직도 그걸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어쨌든 개인적인 경험과 주변인의 이야기를 토대로 왜 그런지를 한번 정리해 봤다.
경제적 요인
(아내 혹은 본인이) 임신을 해본 적이 있는가. 물론 경험이 있다면 이런 글 따위 읽지 않아도 될 것이다. 임신 및 출산 전후의 비용 부담은 적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간단하게는 임신 확인을 위한 초음파 진료도 결국 비용이다. 임신 확정 판정 후 어느 정도 기간 까진 초음파 검사 비용은 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적지 않은 비용이다. 임신이 확실하지 않으면 국가는 별로 도와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입덧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 같다. 비슷하게 먹덧이라는 것도 아는 사람이 많다. 왜 많을까. 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덧과 먹덧이 왜 고통스러운지는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먹어야 하지만 먹지 못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너무 많이 먹으면 위험하지만 먹지 않으면 고통스럽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국가가 대신 아파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임신 중에도 진료는 계속된다. 12주라는 위험 기간을 넘기기 전까진 더 자주, 그 이후에는 좀 덜 한다지만 꾸준히 초음파 검사를 받아야 한다. 물론 초음파 이외의 몇몇 진료와 검사도 있을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 정도부터 진료에 건강보험이 어느 정도 도움을 준다. 단 국가는 비용을 줄여줄 뿐이지 없애주지는 않는다.
난임의 경우는 더더욱 비용이 들어간다. 시험관 시술 등 난임시술은 예전에 비해서는 국가의 지원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본인의 부담은 존재한다. 아무리 국가의 지원이 있다 한들 난임부부는 정상부부에 비해 임신에 없어도 될 큰 추가 비용이 발생함은 부정할 수 없다.
출산 시 비용이 들기는 마찬가지다. 출산과 회복을 위한 병실 이용료는 공짜가 아니다. 특히 응급상황으로 혹은 의사의 판단으로 제왕절개를 하게 되면 더더욱 추가 비용이 폭발하고 입원일도 늘어난다.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제왕절개 후 회복을 다인실 병실에서 하는 것은 굉장히 말리고 싶다. 당연히 1인실을 써야 하고 그래서 비용은 더욱 많이 든다. 그리고 국가는 모든 것을 도와주지는 않는다.
그런데 산부인과가 별로 보이질 않는다. 진료와 출산을 위해 멀리 있는 산부인과로 가야 하는 경우가 잦다. 거기다 출산은 하지도 않는 산부인과도 많다. 지역에 따라서는 원정 진료와 원정 출산을 생각하는 것이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집 가까이에 산부인과가 있을지는 국가는 보장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원정에 필요한 교통비는 국가가 도와줄까? 지역이 따라 다르지만 거의 없는 편이다.
출산 후 산후조리원 비용도 큰 부담이다. 물론 산후조리가 필수는 아니다. 하지만 그건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 산후조리원은 산후조리뿐만 아니라 초반 육아와 관련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서 꼭 필요하다. 다행히도 요즘은 국가가 산후조리 비용을 도와주는 곳도 있지만 전부는 아니다.
이후부터는 육아 용품 비용이 폭발한다. 기저귀, 분유, 젖병, 소독기, 유축기, 옷, 양말, 모자, 유모차, 아기띠, (일부) 백신 접종, 병원비, 약 값 등 돈 나갈 것이 넘쳐난다. 영유아 때는 국가에서 육아비를 지원한다지만 택도 없는 수준이다.
한밤 중의 떨어지지 않는 아이의 고열을 겪어보지 않은 부모는 드물 것이다. 그리고 응급실 이용료가 엄청나게 비싸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분명히 응급상황임에도 국가는 이 상황에서 도움을 주지 않는다.
아이는 빠르게 자란다. 위의 비용 폭발은 이 속도를 따라 계속 더 크기를 키운다. 많은 것들을 자라나는 아이에 맞춰서 바꿔가야 한다. 여전히 국가의 지원은 택도 없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면 비용 부담은 더 심해지지만 국가의 비용 지원은 아예 끊어진다.
영유아기에는 대중교통을 타는 것이 굉장히 버겁다. 자차가 필요해진다. 어차피 아이는 반드시 카시트에 태워야 하는 현실을 무시한 법도 자차 구입을 유도한다. 불행히도 작은 차를 사는 건 비효율적이다. 아이와 엄마는 뒷자리에 타야 하는 데다 아이를 대동하기 위한 짐의 크기는 언제나 성인의 것보다 더 크다. 그리고 큰 차는 당연하게도 비싸다. 그리고 국가는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는다. 세금 정도는 줄여줄 법한데도 말이다.
맞벌이를 하든 안 하든 육아는 힘든 일이고 당연하게도 아이를 어린이집 등의 보육원에 맡기게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보육원에 바로 들어갈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필요에 의해 보육원을 대체할 곳을 알아보게 되지만 이런 곳들은 비싸다. 국가는 보육원을 알아서 찾아주지 않는다.
그리고 아이가 자라면 이제 보육원 대신 아이를 맡아줄 학원을 알아봐야 한다. 당연하게도 여기에 정부의 지원은 없다. 그리고 비용은 더 비싸다.
사실 하나하나의 비용은 그다지 많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비용 지불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그리고 지출 비율은 점점 커져만 간다. 그리고 국가의 지원은 점점 줄어만 간다.
그리고 이제 가장 큰 문제들이 나온다.
아이가 자라나면서 많은 것이 필요해진다. 주변에 병원과 보육원, 학교, 학원이 있어야 한다. 아이의 늘어나는 짐을 넣을 큰 공간과 차후에 아이가 요구하게 될 방도 필요해진다. 아이를 씻기기 위한 욕조도 필수다. 그리고 이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방이 많은 집이 필요하다. 불행히도 주택은 이 가운데에서 가장 큰 경제적 부담이다. 어쩔 수 없이 작은 집에서 시작했다? 국가는 주택을 구입하거나 확장하는 비용에 대해 아무런 걱정을 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여성은 여성이라서라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임금과 직급 차별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이는 당연하게도 지금까지 나온 수많은 경제적 요인을 폭증시키는 요소다. 그리고 국가는 이런 현실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비경제적 요인
출산이 다가오면 출산휴가를 내야 한다. 회사의 반응이 신경 쓰인다. 그나마 출산휴가를 뭐라고 하는 회사는 이제는 별로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없지는 않을 것 같다. 출산휴가를 안 주더라도 국가가 기업에 내리는 징벌은 미미한 수준이다.
출산 이후에는 육아휴직을 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장기간 휴가를 내는 것에 회사의 눈치를 보지 않는 사람은 없다. 휴직 후 돌아오면 내 자리가 과연 남이 있을까 걱정을 안 하는 사람이 없다. 정부가 일자리에 대해 아무런 보증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여성의 육아 휴직은 눈치를 덜 봐도 되는 것 같지만 남성의 육아 휴직은 더더욱 눈치를 많이 봐야 한다. 솔직히 말해서 남자의 육아 휴직은 비현실적인 제도다. 남성의 육아휴직을 국가가 기업에게 강제하지 않기 때문이다.
출산 후에는 많은 스트레스가 따른다. 아이는 보채고 먹고 자고를 반복한다. 부모는 체력도 떨어지고 식사도 제대로 못 하고 잘 시간도 부족해진다. 이러다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부모의 삶의 질은 급격이 나빠진다. 누군가 도와줄 사람이 있다면 정말 행복한 부모일 것이다. 당연하게도 국가는 도와주지 않는다.
영유아 시기에 어린이집은 필수다. 그러지 않으면 부모에게 쌓이는 스트레스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 될 수도 있다. 외벌이이든 맞벌이이든 남성이든 여성이든 관계없다. 불행히도 어린이집은 원한다고 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내 아이의 차례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떨어진 어린이집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대기는 점점 길어진다. 그리고 국가는 어린이집에 자리를 주는 것을 보장하지 않고, 어린이집이 사라지는 것도 막아주지 않는다.
겨우겨우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었지만, 만에 하나 아이가 아프게 된다면? 아픈 아이를 받아줄 보육원은 없다. 결국 가정보육을 할 수밖에 없다. 최소한 누군가 한 사람은 휴가를 내야 하고 독박 육아라는 고난의 길을 가야 한다. 아이가 아파서 어린이집을 못 가고 개인의 연차가 불타버려도 국가는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는다.
재택근무와 육아를 병행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아이는 부모가 일을 한다고 해도 봐주지 않는다. 그리고 기업과 국가는 아이가 일을 방해하는 것을 이해해주지 않는다.
부모는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육아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개인의 시간은 점점 짧아진다. 스트레스는 받는데 이를 해소할 기회가 점점 줄어든다. 삶의 질은 계속 악화한다. 신체적 피로는 쌓여만 가고 질병으로 이어질 확률도 높다. 그리고 아이가 달고 오는 감염병은 집안의 돌림병이 되어간다. 국가는 이러나저러나 개인의 삶의 질 따윈 신경 쓰지 않는다.
그리고 육아휴직이 끝나면 어떻게 될까? 적어도 아이의 엄마라면 직장을 복귀하는 것이 순탄치 않다. 아예 적응을 못 하거나 혹은 사측의 괴롭힘으로 자진사직하거나 혹은 복귀하기 전에 자리가 사라지는 일도 부지기수다. 이 과정에서 국가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다. 기업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리고 엄마는 결국 경력이 단절되고 파트타임직으로 내몰릴 확률이 매우 크다.
그렇다면 출산율은 어떻게 해야 높아질까?
국가가 도와주지 않는 많은 문제들을 이미 이야기했는데 뭘 더 해야 할까? 직설적으로 정리하자면 "일과 육아가 양립"될 수 있도록 국가가 도와주면 된다. 대충 이런 식이다:
- 임신 및 출산 전후의 모든 의료 비용과 산후조리비를 국가가 충분히 지원한다.
- 산부인과의 존립을 국가가 지원하거나 원정 진료 및 출산을 국가가 지원한다.
- 자녀가 있을 경우 인프라 좋고 직장과 가까우면서도 충분히 큰 주택을 소유하거나 임대할 수 있게 국가가 보장하고 지원한다. 대출 이자 지원 등 약하지만 대체할 수 있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 자녀가 있을 경우 차량 구입 및 운용 시 세금을 할인하거나 면제한다.
- 응급상황 시 영유아의 응급실 이용 비용을 국가가 지원한다.
-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국가에서 운영 및 관리하고 누구나 언제든 확정적으로 이용 가능하게 보장하고 지원한다.
- 출산 및 육아휴직은 남녀 모두 근로자가 제출하는 것이 아닌 국가가 명령하는 형태로 강제화 및 시스템화한다.
- 육아휴직 후 복귀를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
- 출산 및 육아휴직으로 기업에서 어떠한 불이익을 받게 될 경우 기업에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부여할 수 있게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
- 육아 시 실직할 경우 국가가 최소한의 급여를 보장해야 한다.
- 육아 비용 직접 지원은 더 길게 그리고 크게 상향해야 한다.
- 육아 시 근무시간 축소 및 재택근무 권장 제도가 필요하다. 특히 재택근무 시에도 근무시간 축소는 꼭 필요하다.
- 기업에는 인센티브 방식이 아닌 강제성을 가질 수 있게 위반 시 큰 제제를 가하는 페널티 방식이 되어야 한다. 인센티브 방식은 의무성을 가질 수가 없다.
- 성별 차이로 임금과 직급에 차이가 있어서는 안 된다.
뭔가 많은데 중요도가 순서대로 있는 것일까? 아니다. 다 중요하다. 하나라도 빠지면 힘들어진다. 반대로 말해서 현실의 육아가 그렇게 힘들다는 말이다. 욕심이 많아 보인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육아는 돈과 체력과 시간을 상대적으로 훨씬 더 많이 갉아먹는다.
결론적으로 육아에 전담할 수 있게 부모에게 생기는 대부분의 문제를 국가가 해결해 주어야 된다. 아니면 국가가 아이를 대신 키워주는 수준의 지원이 되어야 한다. 이게 가능하다면 대한민국의 출산율 문제는 아마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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