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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항상 물리나

경제적인 이야기/경제 이야기 2023.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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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의 가장 큰 의문이 하나 있다. 왜 내가 들어가면 항상 물리는 걸까?

개미는 물어야지 왜 물리냐구 (vlada11 from Pixabay)

주식을 하면서 이런 경험이 아주 많다. 고점에 샀다가 상투 잡혀서 물리거나 저점에 샀다가 그대로 더 처박히는 바람에 손절한 경험 말이다. 내가 사면 무조건 하락해 버리는 참으로 우울한 기억들만 머리에 남아있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설마 나만 이러는 걸까? 분명 주식시장에선 돈 버는 이들도 많을 텐데 이들은 모두 기관이나 외인들일까?

사실 답은 이미 알고 있다. 개인이기에 가지게 되는 그(?) 페널티는 아주 유명하다. 반성하는 김에 대충 글로 정리해 보자.

저점 진입

기술적 분석, 즉 차트를 보고 주식을 매매할 때를 잘 생각해보자. 마침 차트 상 가격이 저점 같다. 낮으니 지금 들어가면 곧 올라가서 많은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스윙매매 찬스다!

그래서 베팅했다. 불행히도 진입 후 왜인지 엘리베이터는 커녕 계단은 안 보이고 갑자기 지하실이 발견되면서 굴착을 하는 차트를 보고 있게 된다. 그렇다 물렸다.

이렇게 저점에 진입(했다고 생각)했는데 반등이 빠르게 오지 않으면 조급해진다. 빨리 팔고 실제 돈을 손에 쥐고 싶은데 말이다. 아니면 빨리 팔고 다른데 들어가야 하는데 여기에 돈이 묶이는 것이 질색이다. 안 그래도 조급한데 만약 레버리지까지 썼다면? 조급함이 치밀어 오른다. 손절 외의 답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상황에서 더 좋아 보이는 종목을 발견했다면?

그리고 그 조급함을 못 이겨내고 손절을 하게 된다.

상승세 확인 진입

이렇게 저가격 매매에 실패했다는 경험을 수차례 하게 되면 이제는 반대로 불이 붙은 종목을 추격하려고 애를 쓰게 된다. 차트 상 가격은 높아 보이지만 계속 상승하고 있다면 조금 더 오를 것 같고 그걸 잠깐 먹고 빠질 수도 있어 보인다.

물론 결말은 뻔하다. 매우 높은 확률로 상투가 잡힌다. 차트에서는 가장 날카롭고 위로 뾰족한 것이 무엇인지 매번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 이번에도 물렸다.

상투가 잡히면 다시 반등하는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대로 굴러 떨어지거나 또 지하실이 발견될 것 같기도 하다. 결국 조급함에 치를 떨다가 결국 손절을 하고 빠져나온다.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불타는 종목은 거의 다 타버린 후에나 알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말이다.

운이 좋았던 경우가 더 큰 문제

거기다 이런 경우를 만들어 내는데는 '운이 좋았던 경험'이 또 한몫하는 것 같다.

겁이 나서 작은 시드만 들고 저점처럼 보여서 들어갔더니 이게 웬걸 며칠 만에 수십%의 엄청난 고수익을 냈다. 어느 날은 상승 추세에 잘 탔다가 짧은 기간에 좋은 수익을 거둔 적도 있다.

그렇다면 비슷한 차트를 보게 되면 어떻게 될까?

물론 지하실을 뚫고 화석을 발굴하거나 혹은 내 상투가 저렇게 뾰족한가 감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불행히도 점점 시드가 커지고 대담해지면서 점점 더 물려간다. 경험만을 믿고 더더욱 펀더멘탈이나 뉴스를 확인하지 않기도 하고 말이다.

차라리 운이 좋았던 경험이 없었다면 더 객관적으로 행동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물림을 키우는 한방

한국인은 강심장으로 유명하다. 투기이든 도박이든 한 방이 내 사다리를 만들어 줄 수 있고 인생을 역전시킬 수 있다. 이걸 위해선 약간의 리스크 따윈 감수해야 한다. 배수 레버리지 종목에 몰빵은 당연한 거다.

물론 그 리스크가 약간이 아니라서 문제지만 말이다.

불행히도 몰빵했다가 물리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당연하다. 내가 산 가격이 바닥일 리가 없다. 안 그래도 조급한데 하락세가 끝나지 않은 종목에 뛰어들었다 오랜 기간 물리기도 했다.

만약 진입을 나눠서 했다면 어땠을까. 예컨대 분할매수 말이다. 적어도 하락세 종목의 평균 매입 가격을 낮출 수는 있었을 것 같다.

물론 여전히 한방 역전을 더 바라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왜 사면 바로 물리나

파란색은 점점 혐오스러운 색이 되어간다. "블루라이트가 몸에 그렇게 안 좋다며?" 라며 되지도 않는 유사과학을 믿게 된다. 당연히 손해만 보다 보면 계좌에 찍히는 파란색 투성이가 "모든 문제의 원인이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덧. 태양의 청색광은 강력한 에너지를 가져서 위험한 것이 사실이지만 스마트폰 화면이나 형광등의 청색광은 상대적으로 에너지가 미약해서 별 문제없다는 게 객관적인 이론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알아야 할 게 있다. 종목을 매수하고 나면 항상 계좌에서 해당 종목은 파란색으로 표시된다. 거래수수료는 공짜가 아니니 말이다. 이게 너무나 싫어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파란색은 그 수치가 어쨌든 조급함을 키운다. 안 물렸어도 물린 것처럼 느껴진다. 더더욱 장기투자를 멀리하게 만든다. 파란색은 무너지는 건물 안에서 손절이라는 비상구를 늘 비추고 있다.

정보의 조급함

많은 이들이 그렇듯 나도 빨리 큰 돈을 벌어서 FIRE를 외치며 이른 은퇴를 꿈꾸곤 한다. 그리고 그래서 저지를 실수가 바로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이런 경험이 있다. 어떤 종목의 소식을 일주일치 살펴보고 별 문제없다 싶어 들어갔다. 그런데 한 달 전에 난 유상증자 공시를 못 봤다. 결론은? 그대로 증자 폭락을 처맞은 아픈 기억이 있다.

물론 확인해야 할 정보는 너무나 많다. 어떤 종목이 상승 추세가 너무 아름다워서 들어갔는데 하필 공매도가 시작되는 지점이었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계좌가 새파랗게 질리게 되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나는 돈을 빨리 벌고 싶다. 빨리 말이다. 정보를 확인할 시간에 빨리 손절하고 빨리 회전시키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급하다 급해.

왜 들어가면 물리나

가격이 낮은 것으로 보이는데도 그 가격이 빠르게 오르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 존재한다. 제대로 기업의 펀더멘탈을 확인 안 했다면 반등 시점도 모르고 들어갔을 거다. 혹은 공매도 세력의 표적이 되었을 수도 있다. 일부러 가격을 누르려고 하는 세력이나 대주주가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제때에 제대로 된 정보를 접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왜 내가 들어가면 오르던 종목도 떨어질까? 이것도 당연하게도 정보가 늦어서라는 이유가 가장 클 것 같다. 이미 오름세가 확인된 종목 정보가 나에게 오는 순간 단물은 이미 다 빠진 상태일 거다. 계속 오를지 공매도와 대차잔고 추세는 어떤지 기업의 펀더멘탈 미래 흐름은 어떤지 확인해야 하는데 개미에게 그런 미래를 분석할 능력이 좋을 리도 없다.

개미가 개미인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 '정보의 신속성의 결여'에 있다고 본다. 개미에게는 정보가 한 탐 더 늦게 도착하니 기관과 외인을 절대로 이길 수 없다. 세력은 더더욱 이길 수 없고 말이다. 결국 국장에서 트레이딩으로 돈을 잘 버는 개미가 있다면 이런 정보 우위 세력들의 작전을 빠르게 눈치채거나 사람들의 심리를 잘 예측하는 개미일 것이다. 물론 이런 개미가 되려면 경험을 많이 쌓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남은 답이 있다면 물리는게 정상적이다라고 생각하거나 그걸 가정하고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것이다. 원래 물리는 것이니 그러려니 하고 레버리지 쓰지 말고 견디면 된다는 말이다. 애초에 상폐될 만한 종목은 안 고르면 된다. 욕심을 버리고 조급해하지 않으면 된다. 언젠간 오를 테니 말이다.

뭔 소리 하려는 거냐고? 허약한 개미에겐 레버리지 안 쓰고 분할매수로 장기투자(라고 쓰고 오를 때까지 기다리기)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이다.

참고로 수년간의 상처로 흉터 투성이인 현재의 나는 몰빵 따윈 잊은 지 오래다. 레버리지 종목은 관심종목에 넣지도 않는다. 시드는 물려도 상관없을 만큼 생활에 지장이 없는 자금 만을 사용한다. 들어갈 때도 나올 때도 항상 기간을 정해서 '매일 매주 매달 얼마씩'이라는 룰을 유지하고 있다. 이게 수익이 좋아서라기보다는 마음이 편해서이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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