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맥북의 키보드가 이상해졌다. 특정 키 조합을 누르면 반응이 한참 걸렸다. 키를 누르면 랙이 걸린다는 표현이 딱 적절한 것 같다.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더욱 심해졌다. 지금은 문제의 키 조합을 누르면 1~2초가량 후에나 입력이 될 때도 있다. 이건 너무 큰 문제다. 랙이 걸린 상황에서 누르는 키는 이상하게 동작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아 드디어 인텔 맥이 맛이 가기 시작하나" 하는 생각만으로 그냥 넘기고 살고 있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이 느려짐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것과 함께 동시에 이상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Emacs 커서 이동 키맵이 바로 그것이다. 예를 들어 Ctrl+A 라거나 Ctrl+E 같이 말이다. 언제 어디서든 터미널에서든 이맥스에서든 웹브라우저에서든 이상하게 이 키들이 주로 문제를 일으켰다.
하지만 원인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최근 macOS 업데이트를 하다가 입력기가 버그를 일으킨 것이 아닌가 의심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또 하나의 이상한 현상을 발견한다. 크롬이나 사파리에서 탭 이동을 위해 사용하는 Ctrl-Tab, Ctrl-Shift-Tab 두 키 모두 이상하게 버벅거린다는 것을 눈치챘다. 뭔가 공통점이 있다. 조합키 중 하나 말이다.
문제의 원인은 Ctrl 키 조합
공통적으로 Ctrl 키가 조합되면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왜 이 키 조합이 문제가 되는 것일까?
구글링은 이 문제의 답을 알려주지 않았다. 대부분의 키보드 랙 문제는 블루투스 키보스 사용 시 나타나던 문제다. 내 경우는 맥북에 내장된 키보드에서 이 문제가 생겼다는 점이다.
약 2주 간 원인을 찾다가 자포자기하고 있던 즈음이다. 활성 상태 보기를 이용해 프로세스 목록을 보던 중 이상한 것이 보였다. nosmain 뭐라는 이름이었다.
이게 뭔가 하고 찾아봤더니 인터넷 보안 플러그인이었다. 이름하야 유명한 nProtect의 한 모듈 중 하나로 추정된다. 즉 은행과 증권의 공동인증서를 발급받고 옮기는 그 미치도록 짜증 나는 작업을 위해 설치한 보안 플러그인 중 하나였다.
갑자기 뭔가 떠올랐다.
키보드 보안?! 그 잡것이 설마?!
아마도 윈도우에서 유래한 것으로 유추되는데, 키보드 보안이 Ctrl+C 등의 특정 키조합을 가로채서 뭔가를 하기 위하 Ctrl 키 조합을 모조리 가로채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런 키보드 보안 툴이 여러 종류가 깔리면서 서로 상부상조로 내 맥을 망가뜨리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갑자기 환희와 함께 짜증이 일었다. 파인더를 열어 애플리케이션 폴더를 살펴본다. 최상단에 플러그인들이 잔뜩 깔려 있었다. 이것들을 모두 지워버리기로 했다. 어차피 뭐가 키보드 보안인지는 모르겠기도 하니 말이다.
상단의 폴더 대부분은 플러그인이었다. 지금은 지워버려서 안 보이는 악명 높은 AST도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설치 제거기(uninstaller)가 안에 들어있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일부는 제거할 수가 없어서 강제로 제거하고 휴지통을 비워버렸다.
이후 리부팅을 하고 난 후 키보드 랙 문제는 사라졌다.
결론: 공동인증서 개 쓰레기 언제 버릴 거냐 도대체
그렇다. 그리고 제발 키보드 보안 같은 이상한 플러그인 쓰레기 좀 쓰지 말자. 외국에선 그런 거 안 쓰고도 잘 살고 있는데 왜 우리나라만 이딴 이상한 개X발잡쓰레기 같은 걸 쓰는지 이해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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